'물 전문가' 한무영 서울대 교수 "'자연댐' 사라져 홍수·산사태 가능성"
"소규모 분산형 산지 빗물수집시설이 해법"…한국지반공학회도 대책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산속 나무들은 장마철에 빗물을 모아주는 '자연 댐' 역할을 하는데, 강원 산불 피해지역 나무가 모두 타서 사라졌습니다. 대책이 없으면 '물 재앙'이 닥칠 수 있어요."

'물 전문가'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9일 이달 초 큰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속초 등 지역에 장마철을 대비한 빗물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지반공학회가 지난 24일 "산불이 난 지역에서는 수목이 손실되고 토양 특성이 바뀌게 돼 산사태 발생을 억제하는 지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나온 경고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상하수도 시설과 빗물관리 분야에서 학술 활동을 해온 한 교수는 30여년간 물 관리 연구라는 외길을 걸어온 자타공인 '물 전문가'다. 10년째 '물의 위기' 강의를 해왔고, 지금은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와 서울대 지속가능물관리 연구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 교수는 "전체 강우량 중 땅에 흡수되지 않고 밖으로 유출되는 비율인 '유출계수'가 일반 산림에서는 0.3 수준이지만, 산불 이후에는 0.7∼0.8까지 높아진다"며 "같은 비가 오더라도 산불 이후에는 빗물이 2배 이상으로 흘러내려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림이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30년 정도 걸리는데, 그전까지 산불 피해지역에서는 홍수나 토사 유출, 산사태 위험이 훨씬 커진다"며 "실제로 지난해 캘리포니아 산불 이후 대규모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산불 피해지역에 '소규모 분산형 산지 빗물수집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산지 상류부에서부터 하류부까지 계단식 형태로 빗물을 모아둘 수 있는 '소규모 분산 빗물수집 시설'을 여러 군데 설치하면 집중호우 때 빗물을 보관해주는 역할을 해 유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교수 연구팀이 서울시 홍제천 상류부에서 소규모 빗물관리 시설을 모의 실험한 결과 집중호우 때 최대 유출량이 72%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 수집시설은 수재(水災)뿐 아니라 화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변 토양에 일정 수준의 습기를 유지해 선제적 산불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이 한 교수 설명이다.

이번 강원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은 1천757㏊다. 한 교수 계산에 따르면 약 340억원의 예산으로 피해지역에 1㏊당 1천t 규모의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빗물 수집시설은 적은 예산으로 수재와 화재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며 "2012년 슬로바키아에서 산지에 빗물 수집시설을 설치한 결과 상습홍수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회 물 포럼' 부회장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오는 6월 국회에서 열리는 '빗물관리에 의한 산불 방지 대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