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몰용사추모시설에 레드카펫 깔고 군악대까지 준비됐으나 방문 30분전 취소
귀환시각도 밤 10시께서 오후 3시로 당겨져…동선 노출 우려 때문인 듯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이정진 정성조 기자 = 방러 사흘째를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정보다 이른 26일 오후 3시(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2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주요 시설을 시찰한 뒤 밤늦게 떠날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정됐던 시찰 일정을 취소하고 예상보다 일찍 짐을 싸는 것이다.

특히 전몰용사 추모 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는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김정은 위원장 이름이 적힌 화환이 비닐에 싸인 채 놓여있었고, 레드카펫도 깔렸다. 군악대도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어 김 위원장 방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오전 9시 30분을 넘어갈 무렵 화환과 레드카펫이 치워지고 교통통제도 풀리는 등 갑자기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주변을 지키던 경찰은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헌화는 취소됐다"고 말했다. 당초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던 오전 10시를 채 30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잠시 뒤 타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3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예상보다 7시간 정도 일찍 떠나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김 위원장 일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현지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밤 10∼11시께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것으로 관측됐다.

김 위원장이 오전에 태평양함대사령부를 방문한 뒤 주변의 무역항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루스키섬 오케아나리움(해양수족관)을 찾은 뒤 밤에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분관에서 공연을 관람할 것이라는 미확인 세부일정까지 퍼진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찬은 예정대로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교외의 한 레스토랑에서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갑자기 시찰 일정을 취소한 것과 관련, 동선이 노출되면서 경호상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태평양함대 사령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였지만, 김 위원장의 평소 거침없는 성격을 고려하면 일정 취소와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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