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강원 고성·속초 산불과 관련한 피해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피해지역 주민이 대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민들은 100%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책임 범위와 피해 금액, 보상 규모, 방법 등에서 양자 간 견해차가 클 경우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고성과 속초를 방문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대책위, 지자체와 협의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을 비롯한 한전 관계자들과 30여분간 비공개 간담회를 한 노장현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장에서 오간 이야기를 전부 밝힐 수는 없지만 한전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태스크포스와 주민들이 어떻게 접촉하고 논의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산불피해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전과 피해주민 간의 본격적인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전은 수사결과 형사적 책임이 없다 할지라도 민사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산불이 고압선 불꽃의 형사적 책임을 놓고 갈등을 겪었던 2004년의 속초 청대산 산불처럼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책임 범위와 금액, 보상 방법 등에서 양자 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 시 소송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김 사장은 "소송을 해 시간을 끌 것이냐"는 이재민들의 질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지지만,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2004년 청대산 산불피해를 본 속초 조양동 지역 38가구 102명의 주민은 같은 해 3월 10일 발생한 산불의 형사적 책임에 따른 피해보상을 놓고 2005년 9월까지 1년 6개월간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산불 원인과 관련, "변전소 인근 고압선에서 발생한 불꽃이 가연물에 옮겨붙어 산불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압선 절단이 부실공사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한전 관계자와 도급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했으나 인위적인 과실로 인한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했다.

이로 말미암아 산불 원인이 한전 측에 있다며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피해보상을 요구하던 산불피해 이재민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한전 측이 피해보상을 하려면 한전에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나 경찰 수사결과 한전 측에는 과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재판을 통하지 않고서는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보상을 놓고 벌어진 주민과 한전 간의 공방은 1년 6개월간 이어졌고 다행히도 한전이 법률적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가재도구와 집기, 시설의 피해 실사액 전액을 지원(보상)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함으로써 갈등은 봉합됐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 고성산불 원인과 관련,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가 마른 낙엽과 풀 등에 붙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지난 18일 경찰에 통보했다.

이에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과 고성경찰서는 23일 한국전력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등 2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 산불 원인과 관련한 사고 전신주의 설치와 점검, 보수내역 등의 서류를 압수해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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