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경고 등 징계 가능성…대표팀 사령탑 이탈 시도로 해임도 배제 못 해
김호철 감독과 협상한 OK저축은행은 배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 사령탑으로 옮기려고 시도했던 김호철(64) 감독이 대한배구협회(회장 오한남)의 스포츠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에 넘겨지면서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구협회 남자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최천식·인하대 감독)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대표팀을 포기하고 프로팀 지휘봉을 잡으려고 했던 걸 심각한 사태로 보고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넘겼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남자대표팀 전임 감독에 선임된 김호철 감독은 계약 기간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이다.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여부에 따라 중간평가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게 돼 있지만 대표팀 '전임 감독 계약 기간에는 프로팀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합의했던 터라 배구협회는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 감독이 OK저축은행 사령탑으로 옮겨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경고, 엄중 경고, 감봉 등 수준에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OK저축은행과 협상을 협회에 알리지 않은 데다 프로팀으로 옮기려 한 시도로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만큼 계속 대표팀을 맡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7일 열린 배구협회 이사 간담회에서는 "배(대표팀)를 버리고 혼자 빠져나가려고 했던 선장(감독)을 어떤 선수가 따를 수 있겠느냐"는 등 격앙된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배구협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는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임원 및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호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해임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조용구 배구협회 사무차장은 "일단 상벌위원회가 김호철 감독의 징계 부분을 다루겠지만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수도 있다"면서 "김 감독의 징계 수위는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호철 감독이 먼저 감독을 맡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OK저축은행도 한국배구연맹(KOVO)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배구연맹은 김 감독과 협상을 벌였던 OK저축은행을 상벌위에 회부하는 부분을 검토 중이다.

현행 배구연맹 규정에는 대표팀 감독을 영입해선 안 된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지만 협회의 전임 감독제 운영을 위해 6억원을 지원하는 만큼 OK저축은행이 김 감독과 협상을 벌인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구단 차원의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연맹은 이와 별도로 상벌위 개최를 추진 중이다.

배구 팬들의 질타를 받은 김호철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이탈 시도로 김 감독과 OK저축은행 모두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