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에 사는 A(55)씨는 최근 스마트 폰에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에 2억원 가까운 거액의 돈을 편취당하는 피해를 봤다.

A씨가 당한 피해는 '416달러 해외 결제'라는 허위 결제승인 문자 메시지 한 통에서부터 시작됐다.

A씨는 지난달 27일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발신 번호로 곧장 전화를 걸었다.

"저는 이런 결제를 한 적이 없는데요.", "고객님, 카드 부정 사용 건으로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신고접수를 해드리겠습니다."

카드 상담원의 말을 믿고 기다린 고씨는 경찰로부터 "00 경찰서입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금융감독원에서 곧 연락이 갈 겁니다"라는 재안내를 받았다.

고씨는 곧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일당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고씨 명의로 발급된 계좌가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으니 조치를 위해 원격제어 앱을 다운받으라고 요구했다.

본인의 계좌가 불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얘기에 놀란 고씨는 곧바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앱 '퀵 서포트'(Quick Support)를 설치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앱이 설치되자 금감원 직원으로 사칭한 범인은 A씨 휴대폰을 원격 조종해 카드사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으로 대출 4천900만원을 받았다.

이어 정상적으로 계좌이체가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인 후 A씨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LE VAN LOC' 등 명의의 국내은행 계좌로 대출받은 돈을 모두 이체했다.

금감원 직원으로 사칭한 범인은 이튿날 같은 수법으로 고씨의 예금 1억5천만원까지 계좌이체 해 이틀 새 2억원 가까운 거금을 편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 정부 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로 자금의 이체 또는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이라는 전화를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소속과 직위,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은 뒤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경우 신속하게 경찰서나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