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KAIST 상춘객에 야간·주말 내내 몸살…민원 폭주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봄바람 휘날리는 매년 4월 초순마다 벚꽃 명소인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주차와 쓰레기 투기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학교나 지방자치단체는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일 KAIST와 유성구 등에 따르면 6∼9일 KAIST 교정 안팎에 벚꽃이 활짝 펴 주변을 하얗게 물들였다.

보행로와 잔디밭 곳곳을 수놓은 봄의 선물에 지난 주말부터 수많은 이들이 찾아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문제는 학교 주변에서 면학 분위기를 해치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일 야간이나 주말이면 중앙도서관인 학술문화관이나 기숙사 앞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 담장 인근 인도를 점령하는 차량까지 있다.

잔디밭에서 크게 웃고 떠들거나 화장실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는 예사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엔 쓰레기 투기까지 심심찮게 발생한다.

실제 소셜미디어상의 학부생 소통 공간에는 일부 방문객의 몰지각한 행동을 성토하는 글과 사진이 줄지어 올라왔다.

KAIST 공과대학 김모(20)씨는 "교내에서 차량 운행은 시속 30㎞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내규에 아랑곳없이 마치 레이싱하는 것처럼 달리는 차들이 비일비재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도로에 속도 제한 표지판을 뒀는데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 불만은 특히 더 크다.

자연과학대학 최모(23)씨는 "도 넘은 행위를 하는 분들을 보면 정말 어디에라도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며 "퀴즈와 중간고사로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인데 배려가 조금도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직원도 "꽃 구경하고 학교 산책하는 걸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학교가 놀이동산은 아니니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서 적당히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와 유성구에는 '주말에 상주하며 불법 행위를 단속하라'는 취지의 민원이 이어졌다.

일부 공무원은 "전화와 이메일 등 학생과 인근 주민의 지속적인 요구에 응대하느라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학교 측에도 방문객 관리를 더 신경 써 달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KAIST 한 관계자는 "미화를 맡고 계신 분들이 주말에도 나와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민을 위해 캠퍼스를 개방한 만큼 도를 넘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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