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구단이 시즌 시작과 함께 홈구장에 '구시대 유물'을 '앤틱 장식품'으로 내걸었다가 "분별력 없다"는 비난을 듣고 떼내는 해프닝을 벌였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컵스 홈 개막전이 열린 이날, 홈구장 리글리필드의 기자실 출입구 계단에 1945년 제작·사용된 기자실 간판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시카고 리글리필드 기자석 별동'이라고 인쇄된 아래 빨간 글씨로 "여성 출입 금지"(No Women Admitted)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7일 밤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 간판은 선타임스 스포츠 담당 매들린 케니(여)가 사진을 찍어 "컵스 기자실의 최신 추가물"이라는 글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컵스 팬들은 "무감각(insensitive)하고, 분별력 없는(tone-deaf) 처사"라며 구단 측을 비난했다.

반발이 일자 컵스 구단은 해당 '장식물'을 컵스가 '유방암 인식 제고'를 위해 마련한 특별행사 '핑크 아웃'(Pink Out) 경기에 여성들이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외야석을 메우고 있는 사진으로 즉각 교체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리글리필드 밖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는 컵스 팬들의 사진으로 바꿔달았다.

컵스 대변인 줄리안 그린은 "1945년 이후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주려던 것"이라며 누구도 기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설명 없이 간판을 전시한 것은 경솔한 일로 판단돼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간판은 컵스 홈구장 리노베이션 '1060 프로젝트'(The 1060 Project) 일환으로 걸리게 됐다며 "컵스는 리글리필드 개장(1914) 100주년 기념 리노베이션 이후 수많은 역사적 기록물을 건물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60은 리글리필드 주소 '1060 W.애디슨 스트리트'에서 따왔다.

메이저리그 역사는 143년 전인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여성이 메이저리그 야구를 커버한 역사는 42년 전인 1977년 비로소 시작됐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소속 멜리사 러트키(67)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출입 허가증을 받은 최초의 여기자로 알려져 있다. 러트키는 1977년 뉴욕 양키스 구단으로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취재 허가증을 받았다.

이어 1년 후인 1978년 9월 연방법원 뉴욕 남부지원 콘스탄스 베이커 모틀리(1921~2005) 판사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여기자들에게도 클럽하우스 취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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