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모창민·박경수·박용택 등 불꽃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자유계약선수(FA) 하면 으레 '먹튀'(돈만 먹고 튀었다)라는 달갑지 않은 표현이 함께 거론되던 시절이 있었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거액의 다년 계약에 도장을 찍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제 몸값을 못 하면 졸지에 '먹튀'가 됐다.

FA 제도가 프로야구에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먹튀'라고 불리는 선수는 줄었고, '효자'는 더욱 많이 생겨 야구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권리를 행사한 15명 중 투수 노경은을 뺀 14명이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중 느닷없이 트레이드를 요청해 구단의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를 받은 이용규와 내복사근을 다친 최진행(이상 한화 이글스),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고 1군 데뷔를 앞둔 김민성(LG 트윈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을 제외하고 10명이 시즌 개막부터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제 8경기를 치른 상황이라 갈 길이 멀지만, '처음부터 FA 효자'라는 평을 듣는 선수가 많다.

4년 총액 125억원에 잭팟을 터뜨리고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당대 최고 포수 양의지와 같은 팀의 야수로 가장 먼저 FA 계약서에 사인한 모창민(3년 총액 20억원)의 방망이가 뜨겁다.

양의지는 타율 0.391에 홈런 4개, 8타점을 올려 단숨에 NC 중심 타자가 됐다. 모창민도 타율 0.448에 홈런 3방,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둘은 지난달 26일 kt wiz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역대 세 번째로 연속 타자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양의지가 극적인 동점 홈런을, 모창민이 굿바이 홈런을 날렸다.

kt의 톱타자와 5번 타자를 오가는 박경수도 타율 0.367에 홈런 1개, 4타점으로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었다.

그는 이강철 신임 감독에게 귀중한 첫 승리를 선사한 3월 29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2-3으로 뒤진 5회 동점 솔로포를 쏴 역전승의 물꼬를 텄다.

박경수는 3년간 총액 26억원에 kt에 남았다.

팀 타율 0.210에 불과한 LG 트윈스에서 불혹의 사나이 박용택은 타율 0.321을 친다. 채은성(0.313)과 더불어 3할을 넘긴 두 명 중 한 명이다.

6번 타자로 4타점을 올렸고, 극적인 끝내기가 나온 3월 3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선 2-5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롯데 마무리 손승락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치고 역전극의 서막을 올렸다.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LG에서 은퇴하는 박용택은 2년간 총액 25억원을 받는다.

4년간 69억원에 SK 와이번스와 계약한 포수 이재원도 3월 28일 LG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SK가 팀 평균자책점 3.21의 안정적인 마운드로 두산 베어스와 더불어 공동 선두를 달리는 배경에 이재원이 있다.

도루 4개를 모두 성공하고 타율 0.333을 기록한 김상수(삼성 라이온즈·3년 총액 18억원),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9타점을 생산한 베테랑 내야수 송광민(한화·2년 총액 16억원),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으로 안정감을 선사한 좌완 투수 금민철(kt·2년 총액 7억원)도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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