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서울대, 버려지는 에너지 수확 메타물질 구현
멈추지 않는 사물인터넷 센서 적용 가능…"성능 22배 향상"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주는 신개념 물질을 내놨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김미소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 윤병동 교수 연구팀이 자연계에 없는 특성을 구현한 '메타에너지 하베스팅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소리·진동·초음파처럼 어디서든 흔히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가 에너지 하베스팅의 좋은 공급원이다.

예컨대 차량이 다리를 지나갈 때 발생하는 소음이나 노면 진동 등이다.

그러나 경제성 면에서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응용 분야도 극히 제한적이다.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내는 소자나 회로 개발 위주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충분한 전력량을 얻기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버려지는 에너지 자체를 많이 끌어모으는 데 집중해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최적으로 모아 묶는(집속) 메타물질 '음향양자 결정'(Phononic Crystal)을 설계했다.

이 메타물질은 여러 곳에서 들어온 에너지를 한 곳으로 최대한 모아 더 나가지 못하게 묶어두는 게 핵심 역할이다.

말은 쉽지만, 입력 에너지원 파동을 메타물질 내부에 머무르게 하기란 간단치 않다.

연구팀은 최적화 기법을 도입해 2차원 평면 상태의 음향양자 결정 구조 단위 격자를 만들었다.

해당 기술로 압전소자 기반 에너지 하베스팅을 실행한 결과 기존보다 22배 넘는 전기 생산을 할 수 있었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험적으로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표준연 김미소 박사는 "메타물질을 에너지 하베스팅에 접목해 센서와 같은 소자를 작동시킬 수 있는 밀리와트급 전력을 얻은 건 최초의 사례"라며 "에너지 하베스팅의 새 패러다임을 개척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메타에너지 하베스팅이 상용화되면 김 박사 설명대로 스마트시티 기반시설을 신경망처럼 연결해주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에 효과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IoT 센서는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거나, 기상 상황에 탄력적인 태양광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멈추지 않는 센서 가능성까지 언급될 수 있다.

서울대 윤병동 교수는 "고층 빌딩이나 교량처럼 사람 접근이 어려운 구조물을 진단하는 IoT 센서가 그 좋은 사례"라며 "전력 부족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메타에너지 하베스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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