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분석…임금·관리자·기업이사 꼴찌 3관왕
"세계 성차별 잠재손실 美中 GDP 맞먹어…평등시대까지 202년 소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국제무대에서 또다시 굴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2019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의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따져 매긴 평점이다.

교육, 경제활동 참여, 임금, 관리직 진출, 임원 승진, 의회 진출, 유급 육아휴가 등에 대한 OECD,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 통계처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다.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에서 100점 만점에 겨우 20점 남짓을 받아 회원국 평균인 60점에 크게 미달했다.

스웨덴은 80점을 훌쩍 넘으며 정상을 차지했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프랑스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개 성차별 항목 가운데 3개 부문에서 꼴찌로 떨어지면서 전체 평점이 나빠졌다.

우선 한국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과 비교할 때 34.6%나 적어 최하위였다.

여성 관리자의 비율도 12.5%로 꼴찌, 여성 기업이사의 비율도 2.3%로 꼴찌로 나타났다.

가장 성적이 좋은 스웨덴의 경우 여성 관리자와 이사의 비율이 각각 39.0%, 36.9%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3차 교육(고등교육) 이수자의 남녀 비율 차가 6.6%포인트로 꼴찌에서 두 번째인 28위였다.

노동참여 인구의 남녀 비율 차 또한 20.3%포인트로 바닥권인 28위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종합 28위)의 눈에 띄는 부진은 동아시아의 수모로 거론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꼴찌인 한국은 임금 격차가 터무니없이 크고 경제활동 참여자의 비율도 남성이 79%에 비해 여성은 고작 5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022년까지 고위 공직자의 10%, 공기업 임원의 20%, 정부위원회 위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우기를 원하지만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장기업 이사의 98%가 남성이고 관리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0분의 1을 겨우 넘는다고 민간 부문의 난제를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노동력 부족을 여성으로 메우기로 하면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여성 취업자가 200만명 늘어났음에도 대다수 일자리가 파트타임인데다가 보수도 열악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남녀의 평등이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성차별이 지구촌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추산했다.

이 은행은 성 평등을 진전시킨다면 당장 2025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인 28조 달러(약 3경1천819조원)의 부가가치가 새로 창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oA는 엄청난 잠재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격차는 좀처럼 좁혀들 낌새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현실에 비판을 가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하임 이스마일은 "다른 모든 것이 동등하다고 하더라도 남녀의 경제적 격차는 달팽이의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며 "차별이 해소되는 데 202년(세계경제포럼 2018년 추산치)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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