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근로자가 구조…부상자 방치 논란에 "위급하지 않다 판단"
공공운수노조 "노동자 다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

(서울·태안=연합뉴스) 김동현 김소연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다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일 태안화력발전소 2호기 석탄분배기실에서 협력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직원 윤모(48) 씨가 현장을 점검하던 중 다쳤다고 5일 밝혔다.

윤씨는 오른쪽 빗장뼈가 골절되고 갈비뼈 5개에 실금이 확인되는 등 병원에서 전치 6주를 진단받았다.

서부발전에 따르면 윤씨는 보행로가 아닌 석탄분배기와 먼지 제거 설비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던 중 다가오는 석탄분배기를 피하려다 석탄분배기와 먼지제거설비 사이에 끼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 직원이 스위치로 석탄분배기를 정지시켜 윤씨를 구조했다. 서부발전은 "윤씨는 석탄분배기가 접근하는 것을 인지하고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협착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으며, 동료 근무자는 비명을 듣고 사고를 인지하고 석탄분배기 이동을 요청해 윤씨를 구조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석탄분배기는 석탄을 보일러의 각 사일로(석탄 저장소)에 분배하는 설비로 경고음을 내며 분당 15m 속도로 이동한다.

윤씨가 사고를 당한 석탄분배기와 먼지제거설비 사이는 사다리 형태의 케이블트레이가 설치된 공간으로 폭이 0.5m에 불과하고 바닥으로부터 0.2m 정도 높이라 평소 보행공간이 아니라고 서부발전은 설명했다.

서부발전은 "재해자 개인의 귀책 여부를 포함해 사고원인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고는 오후 2시 10분께 발생했으며, 윤씨는 오후 3시 50분 병원으로 출발해 오후 5시 7분 서산 중앙병원에 도착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회사 측이 사고 보고서 작성을 이유로 윤씨를 한 시간 넘게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부발전은 한전산업개발 간부들이 윤씨의 부상이 어깨와 옆구리 통증, 타박상 정도로 위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사고 발생 후 대기실로 스스로 걸어가 샤워를 했고 담당 차장이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옷을 벗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후 한전산업개발 사업처장이 작은 부상이라도 병원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병원 이송을 지시했다는 게 서부발전 설명이다.

서부발전은 해당 구역 출입을 막을 울타리를 설치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사고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 "2인 1조 근무가 참사는 막았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끼임 사고를 방지할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협소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협착되지 않도록 설비 개선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고원인을 작업자의 부주의로만 본다면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은 벗을 수 없다"며 "정부는 현장 인력을 충분히 충원하고 기관장을 문책하는 등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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