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흰 천 논란에 서울시 "추모 아닌 민중 상징"
서울광장서 3천여명 대합창…버스정류장에 독립운동가 이름 병기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3월 1일 서울시가 100년 전으로 돌아가 거리를 가득 채웠던 독립운동의 열기를 재현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준비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종의 국장(國葬)을 표현한 전시와 만세 운동 재현이다.

서울시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고종 국장을 표현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 외벽을 흰 천으로 둘러싼다.

돌담 외벽과 50㎝가량 거리를 두고 대한문 왼편∼정동제일교회 앞 로터리에 대나무 구조물을 설치해 길이 630m의 흰 천을 두른다. 지난주부터 덕수궁 주변에서는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이를 두고 독립의 열기를 재현하는 3·1운동 기념행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는 흰 천은 왕의 죽음에 대한 추모가 아닌, 민중을 상징한다고 해명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흰 천은 덕수궁을 에워싼 한국인을 상징한다"라며 "예로부터 흰색은 민중을 상징했으며, 한국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색은 오히려 현란하다"고 설명했다.

서 총감독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국상이 있어서 군중이 운집할 수 있었다"며 "추모 군중이 곧 시위대였고, 추모가 항쟁으로 전개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1일에는 오전 11시 30분 보신각 타종 행사에 이어 오후 2∼6시 서울광장 일대에서 거리 행진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행사를 연다.

만세 행진은 오후 2시 대한문과 서울광장 사이에서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로 이어진다.

행렬 좌우에는 한국인을 상징하는 흰 깃발이 설치된다. 흰 깃발에는 100전 그날의 모습이 담은 사진이 투사돼 3·1운동 당시 서울의 모습을 되살린다.

만세 행렬은 광화문 사거리를 돌아 서울광장으로 향한다. 유관순 열사의 모교 후배인 이화여자고등학교(전 이화학당) 학생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6명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렬을 이끈다.

오후 2시30분에는 시민 3천100여명이 참여하는 대합창이 울려 퍼진다. 이 중 약 2천명은 여성이다. 여성이 3·1운동을 통해 우리 역사상 최초로 광장에 진출했다는 의미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합창단은 3·1절 노래부터 애국가, 독립군가, 아리랑을 연이어 부르며 광장의 열기를 재현한다.

서 총감독은 100주년 행사의 백미로 대합창을 꼽으며 "3·1운동에 200만명이 참가했는데 대합창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2∼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독립운동가의 이름푯말을 모은 전시 '꽃을 기다립니다'가 펼쳐진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유공자 1만5천179명 전원의 이름이 등불에 새겨져 밤에도 광장을 밝힌다.

서울시는 아울러 1일까지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14곳에 일대와 연관이 있는 독립운동가 이름을 병기할 예정이다. 종로 5가·효제동에 '김상옥 의거 터'라고 함께 적는 방식이다.

서 총감독은 "100년 전 서울은 '만세 도시'였다"며 "서울 곳곳에 우리 겨레의 거대한 역사를 표현해 현재 대중의 기억으로 재창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문화 행사로, 2월 26일부터 3월 5일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태화관 길에서는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3월 1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하고, 2일 오후 5시 대극장에서는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가 열린다.

3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은 '3·1운동 100주년 특별 기념전'을 연다. 1일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에서는 100년 전 당시의 태극기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展), 대한콜랙숀'을 1일 하루 무료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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