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못 받아 구청에 차 몰고 온 민원인 근처 주차장 찾아
공사 오전 9시로 늦추고 굴착기 쓰는 작업 대신 실내 작업만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2일 오전 서울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불편이 잇달았다. 민원인들은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로 사설 주차장을 찾아야 했고, 건설사들은 예정된 공사 시작 시간을 일부 늦춰야 했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오전 10시 76㎍/㎥, 오전 11시 82㎍/㎥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2시간 넘게 75㎍/㎥ 이상으로 유지될 때 내려진다.

오전 10시께 미세먼지 저감조치로 아예 폐쇄된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주차장은 장애인 차량과 '공무 수행'이라고 적힌 차들만 눈에 띌 뿐 한산했다. 구청 주차장 출입구에는 주차장 폐쇄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하지만 주차장이 폐쇄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도 가끔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구청 직원은 "미세먼지 때문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인근 민간 주차장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주차장에 진입하려다 구청 직원의 안내를 받고 구청 인근 주차장에다 차를 세운 뒤 구청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승용차를 몰고 구청을 방문한 또 다른 민원인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공공기관 주차장이 폐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정부 정책이니 따라야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주차장도 한산했다. 주차 공간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몇몇 홀수 번호 차량이 눈에 띄었지만, 이는 비상저감조치 발령 전에 미리 들어와 있던 차들로 아직 빼지 않은 것이라고 서울시 측은 설명했다.

서울시청 주차장 관계자는 "경찰차 등 긴급한 목적이 있는 차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외에 일반 차들은 출입을 막고 있다"며 "이들 차종도 일일이 확인해서 출입시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세종로사거리에 차량공해저감과 소속 단속반을 투입해 자동차 공회전을 단속했다.

시내 곳곳의 공사 현장은 작업 시간을 조정하고 살수차로 수시로 바닥에 물을 뿌리는 등 조치에 나섰다.

관악구의 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공사 현장 관계자는 "아침부터 미세먼지 문제 때문에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며 "포크레인을 이용한 외부 굴착공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미세먼지 저감조치 때문에) 취소하고, 건물 내부 위주로 작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구의 한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 현장은 오전 7시로 예정됐던 공사 시간을 구청의 지시를 따라 오전 9시로 늦췄다. 이 공사장은 살수차가 뿌린 물로 공사장 진입로가 흥건했다.

이 현장의 관계자는 "구청에서 전날 저녁에 관계자가 나와 미세먼지 저감 조치 관련해 지켜야 할 사항을 당부하고 갔고, 오늘오전 7시반께 서울시 시민감사단에서 공사 시간을 제대로 늦췄는지 확인하고 갔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치와 별개로 비교적 맑은 날씨 때문에 미세먼지는 희뿌옇게 보이는 수준이었고, 이 때문에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영등포구의 한 거리를 지나던 직장인 박 모(29) 씨는 "안개가 짙고 하늘도 어두울 땐 밖에 나오는 순간 미세먼지가 많다는 생각에 움츠러드는데, 요즘은 날씨가 조금 맑은 편이어서 신경을 덜 쓰게 된다"며 "하늘이 맑을 때 미세먼지가 건강에 더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이 영등포의 한 고물상에서 화물차에 실린 파지와 고물을 분류하던 황모(64) 씨는 "일할 때 거추장스러워 마스크를 쓸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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