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조선총련계 재일동포 등 참가 '동아시아공동워크숍'
양국 정부 손놓은 사이 시민들이 직접 '유골 발굴' 행동 나서

(기노완시[일본 오키나와]=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들이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을 발굴하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한국의 평화디딤돌, 일본의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와 소라치민중사강좌는 14~18일 일본 오키나와 각지의 유골 발굴 현장과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매장 추정지를 돌며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을 연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한국과 일본 본토에서 온 학자들과 학생들, 시민단체 활동가에서부터 오키나와 시민들,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을 공유하고 있는 대만의 시민과 학자까지 다양하다.

이번 워크숍에는 특히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계 재일동포들도 참가해 유골 발굴 문제에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 이들이 함께 유골을 발굴하며 과거사와 유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된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땅에서 유일하게 대규모의 지상전이 벌어진 곳으로, 강제로 끌려와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유골 발굴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조선인의 숫자는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참가자들은 워크숍 기간 기노자(宜野座)의 포로수용소 유골 매장지에서 오키나와 현지 시민단체들과 함께 유골 발굴 작업을 벌인다.

또 조선인 유골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큰 모토부(本部)를 찾아 생존 주민들로부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과거 모습과 유골 매립 가능성에 대한 증언을 들을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은 일본은 물론 한국 정부도 사실상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골 발굴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등이 모여 직접 유골 발굴을 하거나 발굴을 준비하는 등 행동에 나선 계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전몰자의 유골 수집 추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오키나와를 비롯한 전적지에서 전사자의 유골을 적극적으로 수습하고 있지만, 그 대상에 한반도 출신자는 제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제안'이 있으면 (조선인 유골의 확인과 수습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한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골 수습 문제를 둘러싼 양국 정부간 협의는 다른 현안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태다.

박진숙 평화디딤돌 사무국장은 "이번 워크숍은 한국과 일본 시민들, 재일동포들, 대만사람들까지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문제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발굴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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