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정원장에 신원조사 범위 축소·법률 근거 마련 권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신원조사 제도의 명시적인 법률 근거를 마련할 것을 국가정보원장에게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아울러 신원조사를 하더라도 일정 직급이나 직위 이상의 공무원에 대해서만 하고, 여권 발급 시 필요한 일반 국민 대상 신원조사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신원조사 제도는 공무원 임용 예정자, 여권 등을 발급받으려는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등을 사전에 조사하는 제도다.

신원조사가 어느 정도 시행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인권위에 따르면 연간 약 100만건의 신원조사 정보 조회가 이뤄지고, 이 가운데 공무원 임용 신원조사가 약 30%, 나머지는 여권 발급 등을 위한 신원조사로 추정된다.

인권위는 국정원 등 조사 기관이 대상자 본인과 가족 등의 상세한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하므로 이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법이나 다른 관련 법률에 제도 운용 근거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고, 신원조사 대상과 범위 등을 정한 대통령령 '보안업무규정'도 법률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등을 파악한다는 목적의 신원조사가 여권 등을 발급받으려는 일반 국민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여권 발급 거부·제한 사유 등은 관할 중앙행정기관이 출입국 관리 차원에서 확인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신원조사를 위해 수집되는 개인정보가 가족관계, 재산, 취미·특기, 친교 인물 등 조사 본연의 목적과 직접 관계없는 데다 병력 등 건강정보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따로 수집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명확한 법률상 근거를 갖추고, 필요 최소한도 안에서 예외적, 보충적으로만 실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수집 시 최소한의 정보만을 모으고, 그 처리목적이 달성된 때에는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안업무규정에 따른 공무원 임용 대상자 신원조사의 경우 사실상 모든 입법, 행정, 사법 공무원에 일률적으로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국가공무원법 등에 공무원 임용에 대한 결격사유 확인 절차가 있는데도 신원조사를 중복 시행하고 있어 필요 이상으로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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