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특혜성 인가…운영권 환수규정 없고 법적 의무 미비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김예나 기자 = 서울의 대표적 관광상품인 남산 케이블카와 설악산의 명소 권금성 케이블카.

한 해 이용객 수가 각각 100만명, 70만명이 넘는 시설들이지만, 이 사업들 자체가 특혜성 이권으로 시작돼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곳 모두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이 군사정권 시절 사업권을 받아 소유하고 있고, 사업기간도 사실상 영구적이다.

남산케이블카ㆍ권금성케이블카 특혜성 이권사업(PG)[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남산 케이블카는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故) 한석진씨가 허가를 받아 이듬해 운행이 시작한 후 57년째 한씨 일가의 소유다.

설악산 케이블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 한병기씨가 1970년 사업권을 획득해 운행을 시작한지 48년째 지분이 대물림되고 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국가의 공공 자산인 남산과 설악산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는 거의 지지 않는데다가 운영권에 기간 제한조차 없어 지금까지 영구적 특혜가 지속되는 점이다.

◇ 관광용 케이블카 24곳 중 20곳이 민간 운영

케이블카의 법적 명칭은 '삭도'(索道)다. 궤도운송법에 따르면 삭도란 공중에 설치한 와이어로프에 궤도 차량을 매달아 운행하면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일컫는다.

2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삭도업체는 총 52개이며, 이 중 24곳이 관광용(테마파크 등과 연계된 경우 포함)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1962년 국내 첫 여객용 케이블카로 도입된 서울 남산 케이블카를 비롯해 부산 금정산 케이블카(1966년 조성), 강원 설악산 케이블카(1971년 조성), 경북 구미 금오산 케이블카(1974년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광용 케이블카 대부분은 지역 관광명소와 국립·도립공원 등 자연자원과 연계돼 운영된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케이블카를 관리하는 경우는 경남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통영관광개발공사), 경북 울릉군 케이블카(울릉군), 사천 바다 케이블카(경남 사천시) 등 4곳뿐이다.

국립공원인 속초 설악산(설악케이블카·법인명 ㈜동효), 전북 정읍 내장산(내장산개발), 도립공원인 대구 팔공산(한림팩), 구미 금오산(호텔금오산), 전북 완주 대둔산(양지대둔산삭도), 전남 해남 두륜산(삼진관광개발) 등 나머지 20곳의 케이블카는 사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수십년간 독점으로 영업하면서 사실상 영구적 독점 이권을 누리고 있다.

현행법상 궤도사업(케이블카 포함)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승인 등을 받게 돼 있으나 허가 연한에 대한 제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국립공원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공원 일부를 점용 혹은 사용할 때 비용을 부담하는 등 전반적 관리는 '자연공원법'에 의해 이뤄지지만 이 법은 남산과 권금성 케이블카가 생긴지 한참 후인 1980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졌다.

◇ 5.16 석달만에 남산 사업권 따낸 한석진 씨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한국삭도공업㈜의 지분 99% 이상은 최초 설립자인 한석진씨 일가와 공동대표 이기선씨 일가가 갖고 있다.

당대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였던 대한제분의 사장을 1958년까지 지냈던 한씨는 군사정변 발생 석달만인 1961년 8월에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삭도 면허를 받고 이듬해 5월에 20인승 케이블카 두 대를 완성해 영업을 개시했다.

1984년 한씨가 사망하자 그 아들인 한광수(78) 대표가 회사를 물려받았고, 이후 이기선(78) 대표가 합류해 지금은 회사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의 지분은 한 대표와 아들 2명이 50%, 이 대표와 아들 1명이 나머지 50%를 갖고 있다. 또 감사는 한 대표의 부인인 이정학(66)씨가 맡고 있다. 소유구조와 경영 양면에서 두 가족이 동업하는 일종의 가족기업인 셈이다.

금융감독원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의 2017년 매출은 115억6천600만원, 영업이익은 33억4천825만원이다.

2016년까지는 아예 경영과 회계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의 자료 요청에 회사측은 "세무당국에 이미 신고한 것과 동일하니 세무당국에 확인해 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런 수익은 국유지를 거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산케이블카 상·하부 승강장과 주차장 등을 합쳐 총 5천370.15㎡의 부지 중 상부 승강장 전체와 하부승강장 일부를 합친 2천180.5㎡(40.6%)는 국유지다.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정부에서 첫 사용허가를 받은 후 산림청과 5년 단위로 대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지금껏 계약 갱신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국유지 사용료는 영업익의 1%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3천624만원을 납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중구청의 업무 소홀로 한국삭도공업이 큰 혜택을 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3년 남산 회현동 일대에서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남산 오르미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는데 가장 큰 이득을 얻은 한국삭도공업이 사업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은 것이다.

2016년 서울시의회 특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케이블카 사업자가 "수익 일부를 공원관리에 기여하는 방안"을 담당 관청이 고려해보라는 정부 지침이 있었는데 서울시는 담당 부서와 상의도 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23억원의 재정을 썼다.

회사 측 관계자는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정식으로 허가받아 운영하고 있다"면서 "독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 박정희 사위 일가가 48년간 소유한 설악산 케이블카..매년 수십억 흑자

박 전 대통령의 사단장 시절 전속부관으로 일하다가 그의 맏사위가 된 고 한병기(1931∼2017)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다른 6명과 함께 1969년 12월부터 1970년 1월에 걸쳐 설악관광주식회사(현 동효)을 설립하고 사업권을 받아 1971년 8월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 노선 운행을 시작했다. 한 씨의 부인 박재옥(1937년생)씨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첫 부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난 맏딸이다.

설악산은 1970년 3월 국내 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사업 허가는 바로 그 직전에 이뤄졌다.

회사의 소유 구조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 전 대사의 두 아들이 8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회사 동효(현재 법인명)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 해 동안 108억3천3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1년 73억800여만원, 2012년 83억900여만원, 2013년 86억200여만원, 2014년 87억9천100여만원, 2015년 99억5천600여만원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작성한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73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설악케이블카의 2011∼2013년 평균 영업이익을 3년 평균 이용객 수로 나눈 1인당 영업이익은 6천417원이었다.

이는 서울 남산, 부산 금정산, 통영 미륵산 등 11개 업체의 1인당 평균 영업이익(1천817원)의 3.5배다. 케이블카의 흥행 사례로 꼽히는 미륵산(승객 1인당 2천883원)보다도 훨씬 많다.

2011∼2013년 평균 당기 순이익은 약 38억6천200만원으로, 연평균 운행일수(320일)를 고려할 때 하루 1천200만원 상당의 순익을 챙기는 셈이었다.

설악산이라는 국립공원 안에서 자연 자원을 이용해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별도의 공원 관리 비용이나 환경부담금 등을 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우, 국립공원 관리를 위한 부담금 등이 없다(내지 않는다)"면서 "공단이 케이블카 회사에 부담금을 부여하거나 관리·감독할 법적 근거 등은 현재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공원 일부를 점용 혹은 사용할 때 비용을 부담하는 등 전반적 관리는 '자연공원법'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법은 1980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져 설악산 케이블카에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

앞서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둘러싸고 '권력형 특혜 비리의 전형'라며 설악산 케이블카의 사업권 환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설악케이블카는 엄청난 특혜를 받은 사업이자 현재까지도 무소불위의 (사업)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명백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케이블카 측은 상부 정류장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도 어떤 비용도 내지 않는다. 관련법에 근거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탐방객 수를 제한하거나 훼손 복구 명령을 하는 등 필요한 법·제도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효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케이블카 사업 허가권을 받은 게 맞다"며 "환경부담금은 법적으로 당사가 독자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으로, 토지 소유주(대한불교조계종 신흥사)와 국립공원 관리 주체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케이블카 사업의 막대한 투자 비용, 국내 케이블카 현황 등을 언급하며 "케이블카 산업이 업계 주도 또는 당국의 묵인하에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 또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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