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구좌·남원 등 동부에 많고 대정·안덕선 사라져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제주 해녀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매일 같이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물질'(해산물 채취작업)이 매우 위험하다 것을 빗댄 말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제주해녀들은 바닷가에 해신당(海神堂)을 조성해 제물을 바치며 물질작업의 안전을 기원한다.

제주해녀 문화(Culture of Jeju Haenyeo)가 2017년 11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해녀들의 문화 중 하나인 '제주해녀굿'(잠수굿) 보존을 위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제주 온평리에서 작업하는 해녀들[연합뉴스 자료 사진]

잠수굿은 해녀들이 물질의 무사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해녀 공동체가 집단으로 진행하는 무속 의례를 말한다.

제주도는 지난 한 해 잠수굿 분포를 파악한 결과 도 전역에 37곳(어촌계 35개)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도내 어촌계 102곳 중 잠수굿을 하는 어촌계는 34% 수준이다.

제주시 삼도동과 건입동 등 제주시 동(洞)지역에는 단 2곳만 잠수굿이 남아 있다.

서귀포 동 지역에서는 서귀동, 보목동, 하효동, 대포동 등 4곳에서 잠수굿이 펼쳐지고 있다.

읍면 지역에서는 성산읍이 7곳(시흥리·오조리·성산리·고성리·신양리·온평리·신천리)으로 잠수굿 문화가 가장 많이 남이 있다.

이어 구좌읍 6곳(동복리·김녕리·월정리·행원리·한동리·종달리), 남원읍 6곳(태흥1리·태흥2리·태흥3리·위미1리·위미2리·신례리), 조천읍 4곳(조천리·신흥리·함덕리·북촌리), 한림리 4곳(귀덕1리·귀덕2리·한수리·비양도) 등의 순으로 잠수굿이 남아있다.

표선면(표선리), 우도면(하우목), 안덕면(사계리), 애월읍(신엄리)에는 각 1곳에서만 잠수굿이 보존되고 있으며 대정읍과 한경면에 있는 어촌계에서는 잠수굿이 현재는 사라져 보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굿 중 가장 대표적으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이 있다.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여는 칠머리당 영등굿은 그 자체로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음력 2월에 시행하는 세시풍속으로 바람의 여신(영등 할망), 용왕, 산신 등에게 제사를 지낸다. 제례는 영등환영제, 영등송별제로 나눠 열린다.

도 해녀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과거 자료를 보면 제주 전역 곳곳에서 잠수굿이 다양하게 펼쳐졌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주 동부에서는 그나마 잠수굿이 잘 보존돼 남아 있으나 대정읍과 한경면 등 제주 서부는 일찍이 제주에 유입된 다른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무속신앙 체계가 어느 정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예산 1억1천800만원을 들여 잠수굿 보전·지원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도는 보존사업을 신청한 도내 어촌계 30여곳에 대해 잠수굿 행사의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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