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원장, 형사책임 피했지만 민사 소송서 40% 과실 인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0시간가량 카카오톡으로 분만 지시를 했다가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형사 처벌은 피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창영 부장판사)는 27일 A씨 부부가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씨가 1억5천9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임신 막달 무렵이던 2015년 1월 진통을 느껴 평소 다니던 이씨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인 이씨는 10시간가량 병원 밖에 머물며 간호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유도분만제 투입 등 분만 준비를 지시했다.

A씨는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지 오래지 않아 자연 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로 태어나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다가 결국 사망했다.

A씨 부부는 이씨의 의료과실로 아이가 사망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업무상 과실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도 넘겨졌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부는 이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무죄로, 간호기록부를 조작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심은 들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행위와 태아 상태의 인과관계를 명백히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나 민사 소송에서 이씨의 과실을 인정하고 A씨 부부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분만 중 태아 심박동 수와 자궁수축 감시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형사 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무죄가 선고됐다 해도 "이씨의 무과실이나 피해자의 뇌 손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적극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의료행위에서 언제든 예상 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신생아의 저산소성 뇌 손상은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감안해 이씨의 과실 비율을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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