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서울 휘문 중·고교가 속한 학교법인인 휘문의숙 명예이사장 등 관계자 9명이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4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학교발전기금 53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김 모 휘문의숙 전 명예이사장(92·여), 그의 아들인 전 이사장 민 모(56)씨, 휘문고 교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휘문고등학교 강당과 운동장 등 학교 시설물을 경기도 소재 한 교회에 대여해주고 매달 7,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 수준의 임대료를 챙겼고 그 외에 김 씨는 교회 측에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기탁금까지 요구했다.

이들은 임대료 수입을 포함한 학교발전기금 53억 원과 법인카드 2억 8,000만 원 상당을 교비로 사용하지 않고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횡령금 대부분은 김 씨가 사용했고 정확한 사용 용도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씨는 지난 2006년 9월 휘문의숙 이사장직에서 해임된 뒤 재단 명의 법인카드로 호텔, 음식점 등에서 2억 3000만 원을, 김 씨의 아들인 민 모 이사장(56)은 휘문고등학교 명의 법인카드로 선친 묘비·묘지 관리비·단란주점 비용 등으로 45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교장과 행정실장 등 다른 학교법인 관계자들은 명예이사장 등이 적절하지 않은 교비 사용을 하는 걸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보여 공범으로 입건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학교 재산이 부당하게 관리된 사실도 드러났다.

100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을 임대 관리하는 경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법에 따라 관할 구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미모 이사장은 2011년 12월 학교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부지에 세운 149세대 규모 도시형 생활주택 임대 관리를 등록도 하지 않은 업체 대표 신 씨에게 맡겼다.

신 씨는 임대보증금 73억 원을 직원 개인계좌로 이체하거나 대여금 형식으로 회계 처리해 개인 사업자금으로 빼돌렸다. 그러다가 올 2월 교육청 감사가 진행되자 임대계약 내용과 보증금을 변경해 교육청 감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휘문의숙 비리 의혹을 살피던 중 신 씨의 횡령 사실을 포착해 주상복합건물을 임대 관리하던 업체 대표 신모(52)씨를 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해 이날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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