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윤씨 친구 "기적같은 일 만들어 냈다"
'셀카' 촬영자 의사에 반해 유포시 처벌…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
'대학 강사법' 8년 만에 국회 문턱 넘어…국회, 민생법안 60건 처리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설승은 기자 = 음주운전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은 특가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 최종 확정된 개정 특가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당초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원안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최소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이었으나,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수정돼 일각에서는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정 특가법은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전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가중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운전면허 정지와 취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전 필요한 숙려기간(통상 5일) 때문에 이날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으나 여야 합의대로 연내 처리될 예정이다.

본회의장에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씨의 친구들도 참석해 법안 통과를 지켜봤다. 이들은 국회의 윤창호법 발의 움직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윤씨의 친구인 이영광씨는 기자들과 만나 "창호를 위해 많이 달려왔고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고 했고, 김민진씨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아직 통과가 안 됐으니 끝까지 많은 국민이 지켜봐달라"고 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의결에 앞서 "법안 상정에는 윤창호씨 친구들은 물론 국민의 성원도 담겼다.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다만 음주치사 형량과 관련, "음주운전 살인을 여전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 실수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창호법과 함께 '강서PC방 사건 후속법'으로 일컬어지는 형법 개정안 등 총 60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개정 형법에서는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감경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감경에 일부 제한을 뒀다.

이른바 '셀프 촬영물'은 물론 촬영물의 복제물을 촬영자 의사에 반해 유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 법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다.

일부 불법 웹하드 업체를 겨냥, 영리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강력 처벌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도 8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내년 8월부터 시간강사에게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고 방학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방지법으로 불리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개정법은 공무원 성 비위 적발 시 부처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한편 현장점검 근거도 마련했다. 아울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모든 공무원이 성인지(性認知)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위반자는 해당 불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초중고 여학생들에게 필요한 생리대 등 신체발달 과정에 필수적인 용품을 학교가 구비·비치하도록 한 학교보건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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