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남녀의 쌍방 폭행인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이 온라인에서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 대결 양상으로 번진 가운데 래퍼 산이(본명 정산·33)가 유튜브에 '페미니스트'(feminist)란 곡을 기습 공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산이는 16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란 글과 함께 음원 '페미니스트'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SNS에 이수역 폭행 사건 현장 영상을 올려 '2차 가해'란 비판을 받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산이의 처벌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온 지 하루만이다.

'페미니스트' 가사에서 산이는 자신은 페미니스트(I am feminist)라며 '난 여자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난 여자 편야/ 난 여잘 혐오하지 않아'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하지 않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라고 일부 여성들을 '디스'(Diss)하는 직설적인 랩을 내뱉는다.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내',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해프'(half)'('페미니스트' 중)

이 곡에는 올 초 확산한 미투 운동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그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이 사건에 휘말린 일부 유명 인사들을 욕설을 섞어 비판한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 말고/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거 다하고/ 왜 미투해? 꽃뱀?', '남잔 범죄자 X 같은 법/ 역차별 참아가며 입 굳게 닫고 사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곡은 공개 2시간 만에 유튜브 약 4만뷰를 기록하며 1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은 '페미니스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 이런 게 힙합 정신'이라고 지지를 보낸 반면, 일부는 '여타 다른 한국 남자와 다를 게 없어서 놀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산이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디스'곡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사회와 힙합계를 작심 비판한 '워너비 래퍼'(Wanna be Rapper)를,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꼬집은 '나쁜X'(BAD YEAR)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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