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균요법학회 "항생제 사용 줄이고 전담관리부서 신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연간 1천만명에 달하는 감염병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절대적인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정부 차원의 전담관리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에서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의 자료를 인용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 100만명에서 2050년께 연간 1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6년 동안 6천만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30년 뒤에는 전쟁과 같은 수준의 항생제 위협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만큼 필요한 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인식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하루 1천명당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터키(40.6명), 그리스(36.3명) 다음으로 많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평균 21.2명의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감기 등의 질환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여전히 높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을 2006년부터 공개한 결과,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 49.5%에서 2016년 35.6%로 줄었다. 반면 급성하기도감염은 2006년 21.7%에서 2016년 35.8%로 증가했다.

즉, 심평원의 항생제 처방 공개가 전체 호흡기질환의 항생제 처방을 줄이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의사들이 처방률이 공개되는 질병에만 항생제 사용을 회피한 것으로 학회는 추정했다.

이에 학회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만 통제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대,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 신설 등 구체적인 실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사람, 동물, 환경 전체와 연관되므로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동물 사료에 첨가하는 항생제를 줄이는 노력이 곧 사람의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석훈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는 "사람과 동물,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범부처 차원의 항생제 내성균 사업 운용을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증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대한항균요법학회가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을 맞아 민·관·학이 힘을 합쳐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 제안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World Antibiotic Awareness Week)으로 지정해 국가별로 캠페인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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