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건물 옥상서 뛰어내리려다 순찰중 경찰에 발견돼 구사일생
공무 중 부상 경찰관 아름다운 명퇴…'영예의 제복상' 상금 등 2천만원 기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생활고 탓에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6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됐다.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날려 60대 남성을 구한 주인공은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조광호(30) 순경이다.

관내를 순찰하던 조 순경과 유정호(47) 경위는 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건물 5층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A(60)씨를 발견했다.

A씨를 발견한 두 경찰관은 즉시 역할을 나눴다. 건물 아래쪽에서는 유 경위가 A씨에게 말을 걸며 시간을 벌었고 조 순경은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5층 옥상에 도착한 조 순경은 혹시 자신이 접근하는 것이 발각되면 A씨가 뛰어내릴까 우려해 옥상 입구부터 난간까지 4∼5m 거리를 기어서 이동했다.

유 경위가 계속 말을 걸며 A씨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사이 조 순경은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몇 차례 조 순경의 손을 뿌리치며 뛰어내리려 했지만 조 순경은 A씨를 옥상 안으로 끌어당겨 구조했다.

이 건물 1층에서 혼자 살고 있는 A씨는 약 1년 전 사고로 택시 기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양 무릎과 꼬리뼈를 다쳐 걷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월세가 몇 달간 밀리고, 전기와 수도도 끊겨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순경은 자살상담센터와 주민센터에 직접 연락해 상담을 요청한 뒤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찾겠다며 A씨를 위로했다. 조 순경의 위로에 A씨는 고마움을 표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는 '경찰의 날'(10월 21일)을 기념해 특별한 명예퇴임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김병일(51) 경감이다. 영등포서 교통과에 근무하던 김 경감은 2015년 2월 당산철교 부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중 눈길에 미끄러진 차에 사고를 당했다.

뇌출혈 등으로 몇 달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았지만, 여전히 휠체어에 의존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또 사고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이다.

공무상 질병 휴직 상태인 그는 휴직 기간(3년)이 지난 뒤에도 업무복귀가 불가능해 이번에 명예퇴직하게 됐다.

영등포서는 이날 경찰서 강당에서 김 경감과 가족들을 초청해 명예퇴임 행사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서 김 경감에게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승진 임명장을 수여하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경감의 가족들은 이날 공무 수행 중 사건·사고를 겪은 경찰관을 돕는 데 써달라며 지난해 받은 '영예로운 제복상' 상금 1천500만 원을 포함해 2천만 원을 '참수리사랑재단'에 기부해 큰 감동을 남겼다. 이 재단은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거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활동하던 중 숨지거나 다친 사람을 지원하는 단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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