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의원 "영업사원, 수술실 출입 목적에 '수술보조'라고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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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 수술실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770여회 넘게 드나들었을 뿐 아니라 출입관리대장에 버젓이 '수술보조'라고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올해 10월 16일까지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4일 동안 외부업체에서 총 773회 수술실을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별로는 '참관'이 5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A/S' 76건, 'OP'(operation, 수술) 24건, '수술참여' 18건, '납품' 16건, '업무' 12건, '수술' 7건 등이었다.

외부업체 직원이 수술과 관련한 이유로 수술실에 드나든 정황은 '수술실 외부직원 입실보고서'에서도 포착됐다.

한 의료기기업체 직원은 수술실 방문 목적을 '정형외과 인공 무릎관절 전치환술에 기구를 공급하고 수술을 보조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업체 직원은 654일 동안 220회에 걸쳐 수술실을 드나들었다.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날짜가 역순으로 기록되거나 방문 목적이 적혀있지 않고, 담당자의 사인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정춘숙 의원은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는 환자가 잠든 사이에 사전 동의 없이 외부인이 들어와서 나의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기기 작동 방법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사건이 불거져 나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전담간호사 또는 수술전담간호사로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의사보조인력) 상당수가 국립중앙의료원 수술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PA는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의사는 아니므로 전공의처럼 수술이나 처방을 할 수는 없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PA의 수술참여는 297건으로 올해만 125건에 달한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PA에 대한 규정과 지침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정황, PA의 의료행위 등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이 환자안전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환자안전사고는 의료기관의 '자율보고'이지만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중앙의료원의 책임 있는 자세로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내 환자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2016년 46건, 2017년 49건, 2018년 9월까지 44건으로 매년 40건 이상 발생해왔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은 단 한 건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안전법에서는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이나 환자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그 사실을 자율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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