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 판정받자 의무장교 자원…임관 후 '제2국민역 해당' 판정
법원 "주의 의무 다하지 않아 판정 오류…국가, 5천여만원 지급"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병역판정검사(징병신체검사)에서 4급(보충역) 판정을 받고서 공익근무요원 대신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한 남성이 뒤늦게 신체검사 판정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국가로부터 손해를 일부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에게 5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의과대학에 다닌 A씨는 2012년 9월 두개골에 종양이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11월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며 수술 내용이 포함된 진단서 등을 제출했고,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의사면허를 취득해 병원에서 근무한 A씨는 의무장교로 현역 복무를 하기로 자원했고, 2015년 2월 의무 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 후 중위로 임관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 국가는 판정검사에 오류가 있었다며 A씨의 군 복무 적합 여부에 대해 다시 조사했고, A씨는 심신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지난해 1월 전역처리 됐다.

A씨는 "판정검사 당시 종양이 이미 뇌막까지 침투된 상태였음에도 5급이 아닌 4급으로 판정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됐다"며 지난해 7월 3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징병검사 전담 의사가 제출된 의무기록지 등을 검토해 A씨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객관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종양이 두개골에서 생겼다는 것 등에 치중해 평가 기준을 잘못 해석했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검사 당시 평가 기준에 따르면 A씨는 구 병역법에 따라 제2국민역 또는 병역면제 처분대상에 해당했다"고 덧붙였다.

A씨가 4급 판정을 받고도 스스로 의무장교에 자원입대했는데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책임을 묻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국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없었다면 A씨는 적어도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전시 등에 군사업무를 지원할 뿐 보충역으로도 복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또 "(원고가) 과실로 보충역 처분을 받은 이상 의사면허 취득자로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지 의무장교로 복무할지는 복무 기간과 복무 중 처우 등을 고려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사면허를 취득한 A씨는 자신의 질병이 평가 기준에서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의사가 아닌 사람에 비해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지 않고 현역 자원입대한 점을 고려했다"며 국가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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