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대공원 유기', '어머니 일가족 살해' 피의자도 공개
2009년 강호순 논란 이후 근거법 마련…가족·주변인 '신상털기' 부작용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정보가 관련 법을 근거로 22일 공개되면서 과거 신상공개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2010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을 근거로 잔혹한 범죄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명분으로 중대 사건의 피해자 신상을 선별 공개하고 있다.

이전에는 신상공개를 규정한 근거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이목이 쏠린 흉악 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언론이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9년 경찰에 붙잡힌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49)은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얼굴이 드러나는 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당시에는 근거 법령이 없어 경찰은 강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사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얼굴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때문에 논란이 일자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마련돼 이듬해 시행됐다.

이 법은 신상공개 기준으로 ▲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꼽는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이후 경찰은 여론이 들끓는 잔인한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부터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왔다.

가깝게는 올해 8월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유기한 변경석(34),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올해 1월 국내에 송환된 김성관(35)도 수사 과정에서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해에는 여중생 딸을 납치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한 후 목 졸라 살해한 심천우(32)의 신상이 공개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발생한 수원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47)도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바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신상공개 기준을 확립했으나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급으로 피의자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져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경찰이 2016년 경기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의 얼굴과 성명을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조씨의 가족이나 옛 여자친구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씨도 신상이 공개되자마자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경찰은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주변인들의 인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인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고심을 하고 있다.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도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사례가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016년 사패산에서 여성 등산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정모(47)씨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씨의 범죄 수법이 신상을 공개할 만큼 잔혹하지 않고, 강력 전과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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