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 '역사·실력' 추정 영역까지 허락할지에 촉각
한국 전문가나 당국자, 사찰단에 포함 여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방북에 북미가 합의한 가운데 사찰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핵실험장이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는지만 확인하는 선을 넘어 1∼6차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에서 북한 핵 능력의 현주소를 추정하는데 도움되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풍계리 사찰단 방북 건을 발표하면서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지난 5월 이미 폭파한 곳'이라고 지적하자 "기자들을 초청한 것과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기자들)이 본 것은 많은 기자와 몇몇 폭파 장면들"이라며 "사찰단을 둘러보라고 들여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조치이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사찰단이 풍계리에 들어가면 우선 북한이 기존에 핵 실험을 한 2번 갱도와, 만들어 놓고 실제 핵실험은 하지 않은 3·4번 갱도가 입구뿐 아니라 속 깊은 곳까지 파괴돼 다시 쓸 수 없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정도까지는 북미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이 담고 있는 북한 핵실험의 역사와 핵 능력을 추적하는 영역까지 북한이 허락할지는 미지수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핵실험(2∼6차)이 이뤄진 2번 갱도의 경우 갱도 바깥의 '환경 시료' 채취, 북측 전문인력과의 대화 등을 한다면 과거 핵실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번 갱도 입구 주변 식물과 돌, 흙 등을 이용해 방사능 동위원소 측정을 하면 핵실험 당시 사용한 핵물질이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 등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핵실험으로 형성된 지하 공동을 굴착해서 시료를 채취하면 핵 실험 때 핵 분열이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며 "그것으로 북한의 핵무기 '실력'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연구원은 "지하 공동을 굴착하려면 장비도 실어 날라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찰단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핵 사찰단에 어느 정도의 활동을 허용할지는 이르면 내주 열릴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 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찰단에 우리 정부 관계자가 포함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평양 공동선언(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를 포함한 우리 정부는 풍계리 사찰단에 우리 측 전문가나 당국자가 포함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검증과 관련해서 우리가 뭔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생각해 온 부분"이라며 "다만 이번 풍계리 사찰단과 관련해서는 한미, 북미간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