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키·북한 외교관 또 제재…北, 美상원 등 겨냥한 포문
폼페이오 방북 협상 앞둔 교두보 확보전…본협상에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일 북한 방문을 앞두고 기 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대북제재가 핵심이다. 북한은 노동신문까지 동원해 제재해제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남북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미대화가 급기류를 타는 가운데 양측 간 '핵신고를 미루고 영변핵 폐기와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빅딜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방북을 앞둔 신경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빅딜에 앞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목적으로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우선 미 재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무기 및 사치품의 불법 거래를 이유로 터키 기업 한 곳과 터키인 2명, 북한 외교관 1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재 대상 지정 사실을 밝히며 "이번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정을 이행하려는 미국의 지속적인 헌신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외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5일 국무부 관계자가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제재는 완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북한 강제수용소 철폐 촉구 결의안과 대북정책에 대한 의회의 감독 강화 법안이 미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북한 역시 맞불을 놓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제재 문제로 말하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이 제재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 다시금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북한은 특히 비핵화를 위한 북미관계 개선의 핵심적 조건 차원에서 제재 완화·해제를 요구하며 논리적 '명분'을 쌓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4일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북·중·러 3자 협상을 하려는 것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앞서 우군과의 연대 강화 차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 선전매체들은 5일 미 상원의 강제수용소 철폐·대북정책 의회 감독강화 법안 통과에 대해서 북미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 행위'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북미 양측의 이와 같은 조치나 언사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빅딜'에 앞선 협상 레버리지 쌓기로 보인다. 협상 직전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크고 작은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교환 조건을 둘러싸고 북미 간 첨예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와 같은 신경전이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와는 달리 북미 간 '장외전'이 비핵화 협상의 본질적 부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추가제재 자체는 비핵화 협상과는 별개로 진행해 왔던 성격의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협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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