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로 만든 트랙, 코피·두통 등 유발 사례 있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내 초등학교 운동장에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된 조깅 트랙이 설치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허베이(河北) 성 한단(邯鄲) 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플라스틱 코팅 트랙이 설치된 후 트랙 옆 1층 교실에서 공부하던 여러 명의 1학년 학생이 코피를 흘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에서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조깅 트랙과 농구코트가 설치된 후 여러 학생이 코피를 흘리는 사건이 발생해 교육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사건이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곳곳의 학교에서 발생한 '독성 트랙' 사건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당시 이들 학교에서는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된 조깅 트랙 등을 설치했다가 학생들이 코피, 두통, 현기증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2016년 베이징의 한 학교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 137명의 혈액에서 벤젠, 폼알데하이드 등의 독성 물질 수치가 매우 높았다.

조사 결과 학교에 트랙을 설치한 회사는 허베이 성의 무허가 제조업체로, 폐타이어와 폐케이블, 산업폐기물 등을 섞어서 트랙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교육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학교 조깅 트랙 제조에 쓰여서는 안 되는 화학물질 목록을 대폭 늘린 규정을 만들어 올해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보호단체를 이끄는 웨이원펑은 "기업들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지만 해롭기는 마찬가지인 새 물질을 찾아내 조깅 트랙 제조 등에 쓸 수 있다"며 "당국은 금지물질 목록이 아니라 트랙 제조에 쓰일 수 있는 '허용 물질 목록'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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