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방위 무역 공세에 '달러 대체재' 역할 부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무역전쟁이 되레 중국의 오랜 꿈인 '위안화 국제화'를 돕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중국 국영 은행인 공상은행(ICBC)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관 및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위안화 표시 금융자산의 규모는 4조9천억 위안(약 804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중 위안화 표시 주식의 비중은 2.5%, 위안화 표시 채권의 비중은 3.0%까지 올라갔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 중 위안화 자산의 비중은 2016년 말 1.08%에서 지난해 말 1.22%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말 1.39%까지 올라갔다.

세계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올라가는 추세여서 올해 7월 말 현재 2.04%로 각국 통화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38.99%로 가장 높으며, 그 뒤를 유로화가 34.71%로 뒤쫓고 있다.

이처럼 세계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데는 미국의 전방위 무역 공세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금융 전문가인 케이 반 피터슨은 "예상치 못했던 미국의 전방위 무역 공세는 세계 각국이 무역과 자금 이전에서 '달러의 대체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국가에 대한 무역 공세나 제재에서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결제통화나 보유자산의 다각화를 꾀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고자 수년 전부터 위안화 국제화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 개방하면서 위안화 표시 투자의 확대를 꾀하고, 원유, 금 등의 위안화 표시 선물 상품을 개발·보급하면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다.

상하이 원유 선물 계약의 경우 이미 세계 원유 선물 총 거래량의 15%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이나, 미국의 제재로 원유 판매처가 중국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란도 위안화 결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무역전쟁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가 예상될 경우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통제의 끈을 강력하게 죌 가능성이 있는 등 위안화 결제는 아직 여러 위험을 안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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