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폭 1.5m에 펠리컨 같은 주머니 가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유타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된 약 2억1천만년 전의 새로운 익룡 화석이 공개됐다.

14일 사이언스 매거진 등 과학전문 매체에 따르면 이 익룡 화석은 오아시스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실 크기 공간에서 1만8천여개의 뼈 화석과 함께 발견됐다.

앞다리 네 번째 발가락으로 지탱하는 피부막인 날개의 폭은 1.5m가량이고 이빨은 코 근처에 날카롭게 튀어나온 송곳니 같은 것을 포함해 112개에 달했다. 아래턱 뼈는 밑으로 튀어나와 있어 펠리컨처럼 먹잇감을 담는 주머니가 있었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눈구멍이 커 "환상적인 시력"을 가졌고, 날지 않을 때는 날개를 수직으로 접고 네 다리로 걸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화석에는 '천풍(天風·heavenly wind)'이란 뜻의 라틴어인 '칼레스티벤투스 한세니(Caelestiventus hanseni)'라는 학명이 부여됐다.

익룡은 비행에 적응하느라 뼈가 연약하며, 이 때문에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처럼 뼈가 부서진 채로 발견되는 화석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굴된 C.한세니 화석은 두개골과 이빨을 비롯한 상당수 뼈가 온전한 상태여서 익룡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이콜로지 앤드 이볼루션(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관련 논문을 게재한 브리검영대학 고생물학자인 브룩스 브릿 박사 연구팀은 화석을 암석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부서질 것을 우려해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고 3D 프린터로 두개골 모양을 복원했다.

학계에서는 사막 한가운데서 트라이아스기의 익룡 화석이 비교적 온전하게 발견된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쥐라기에 앞서 약 5천100만년간 지속된 트라이아스기에는 익룡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원시 익룡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밝혀줄 단서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C.한세니가 발견된 것이다.

C.한세니는 지금까지 발견된 익룡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사막 환경에서는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은 또 사막 익룡의 출현시기를 6천500만년 앞당기며 사막에서 발견된 익룡 중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기록됐다. 당시의 익룡들은 지금의 유럽이나 그린란드 등 주로 바다 근처에서 발견됐다.

C.한세니는 쥐라기 초 영국 익룡과 가장 비슷하며, 이는 C.한세니가 널리 퍼져있었음은 물론 트라이아스기 말기 초대륙 판게아의 분리로 화산 폭발이 잇따르면서 초래된 대멸종기를 극복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트라이아스 대멸종기에는 지상과 바다의 동식물 절반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한세니가 발굴된 곳에서는 총 9종의 파충류 화석이 발견됐다. 브릿 박사는 이와관련, "가뭄기에 익룡을 포함해 많은 동물이 오아시스로 몰려들고 물이 바닥나면서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결과로 화석의 보고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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