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1m 지점 수온 30도 돌파, 용존 산소량 줄어 폐사한 듯
1994년 이후 2번째…수자원공사 죽은 빙어 수거 나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대청호 수온이 급상승하면서 냉수어종인 빙어가 집단폐사하고 있다.

10일 충북도 내수면산업연구소와 옥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옥천군 군북면 일대 대청호에 몸길이 4∼6㎝ 안팎의 빙어떼가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떠오르고 있다.

빙어가 떼죽음한 수역은 군북면 석호∼대정리 5㎞ 구간이다.

주민들은 "이번 주 들어 군데군데 죽은 빙어가 떠오르더니 사흘 전부터는 호수 전체가 빙어 사체로 뒤덮이고 있다"며 "가까이 접근하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대청호의 명물인 빙어는 섭씨 12∼18도의 차가운 물에서 사는 냉수어종이다. 수온이 25도 이상 상승하고 물속 산소량이 줄어들면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이 지역에는 한 달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한낮 기준 호수 표층 수온이 34∼36도까지 급상승한 상태다. 지난 8일 군북면 석호리 앞 호수의 수심 1m 지점 수온은 30.8도로 측정됐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호수의 표층∼심층 수온을 합산해 매주 발표하는 수치도 문의수역 27도, 추동수역 25.5도로 지난주에 비해 0.4∼1.2도 상승했다. 수심이 가장 깊은 회남수역 역시 21.9도로 0.6도 올랐다.

폭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대청호가 빠른 속도로 달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문의수역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데 이어 회남·추동수역에서도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가 급상승하는 등 수질이 악화하고 있다.

충북도 내수면산업연구소 황규덕 팀장은 "수온이 급상승하고 녹조 등으로 용존 산소량이 줄어들면서 빙어가 떼죽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질병이나 수질악화 등도 폐사 원인일 수 있는 만큼 사체 등을 수거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올해 못지않은 폭염이 기승하던 1994년에도 빙어가 집단폐사했다.

당시에도 수온 급상승이 폐사를 일으킨 원인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옥천군은 폐사한 빙어로 인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이틀째 해당 수역에서 사체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 9일부터 어민 등의 협조를 얻어 죽은 빙어 600여㎏을 수거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폐사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도 김재종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빙어 사체 수거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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