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프랑스 파리 시내를 걷던 여대생이 한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프랑스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건축학도 마리 라게르(22) 씨는 지난 24일 오후 6시 45분께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파리 북동부 19구(區) 뷔트쇼몽 공원 근처 카페에서 그를 치근덕거리며 뒤따라오던 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에게 뺨 부분을 한차례 가격당했다.

폭행을 가한 남성은 라게르를 뒤따라오면서 입에 담기 힘든 외설스럽고 모멸적인 말로 추근댔고 휘파람을 불기까지 했다.

견디다 못한 라게르는 그를 향해 "입 닥치라"고 소리쳤다.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당당히 맞섰다.

범인이 집어 던진 재떨이는 라게르를 살짝 비켜가기도 했다.

범인은 그를 뒤쫓아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그녀의 뺨을 때렸다.

카페에 있던 손님들이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곧장 범인 뒤를 따라가 항의했다.

범인은 이들과 잠시 말싸움을 하다 곧바로 사라졌다.

이런 장면은 카페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집에 도착한 라게르는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곧바로 카페를 찾아 주인으로부터 CCTV를 넘겨받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수집해 경찰에 고소했다.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 동영상은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기는 등 프랑스 사회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게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가 입 닥치라는 내 말을 들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게 정말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증오를 느꼈고 조신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치욕스러운 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게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며 "남성들은 거리에서 여성에게 치욕스러움을 주는 일이라면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용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모두 침묵을 지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리를 걸을 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힘들다"면서 "상황이 변해야 하며 지금 당장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게르는 "이런 공격에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모든 여성이 그런 피해를 겪을 수 있으며 이제는 '그만'이라고 말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정부가 올가을부터 시행하려는 공공장소 여성 희롱 행위에 대한 즉석 벌금 제도 도입이 힘을 얻게 됐다.

마를렌 시아파 여성부 장관은 "첫 즉석 벌금이 올가을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의원 발의로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의 집요한 추파나 성희롱, 여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치근덕거리는 행위를 한 사람을 적발한 현장에서 바로 90유로(12만원 상당)에서 최대 750유로(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프랑스 의회는 이번 주 이 법안을 처리한다.

프랑스 검찰도 이번 사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범인의 신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투 운동 및 미투 프랑스 버전인 '발랑스통포르크'(#Balance TonPorc) 운동이 탄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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