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컨설턴트로 가장해 접근 후 금 투자 유도…"신용거래 수수료 등 챙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미인계'를 동원해 금 투자를 유도한 후 신용거래 수수료 등을 챙긴 사기꾼 일당이 적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홍콩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고졸 출신의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채용한 후 이 여성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도록 했다.

이들 여성은 자신들이 유명한 금융 컨설턴트로 금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다면서, 명품 시계를 차고 외제 차를 운전하는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어 '저위험 고수익'의 좋은 투자 기회가 있으니 동참할 것을 제안하면서, 투자에 참여하면 자신들과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암시했다.

유혹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금 투자 개설에 동의하고 자신들의 돈이나 계좌 비밀번호 등을 맡겼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는 이 여성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채 비밀번호 등을 넘겨주기도 했다.

피해자의 계좌를 넘겨받은 일당은 런던금속거래소에 신용거래 계좌를 열고 본격적인 거래에 나섰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손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잦은 매매로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겼으며, 신용거래에 따른 이자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한 피해자의 경우 1만 홍콩달러(약 143만 원)의 투자에만 동의했는데, 이들 일당은 신용거래로 그 360배에 달하는 360만 홍콩달러의 거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이 피해자는 한 달 동안 무려 180만 홍콩달러(약 2억6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 일당에게 33명의 피해자가 잃은 돈은 총 1천900만 홍콩달러(약 27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모두 31명의 일당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미인계에 동원된 젊은 여성이었다.

홍콩 경찰은 이러한 수법을 쓰는 사기 조직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에 한반도 핵위기로 인해 북한과 미국 간 전쟁이 곧 일어난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금 투자 사기를 친 일당 21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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