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후보 선출에 학생 첫 참여…후보 사퇴로 빛바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도덕성 논란 끝에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인 강대희(56) 의과대학 교수가 사퇴하면서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한 선거가 빛이 바랬다.

강 교수는 성희롱과 논문표절 등 의혹이 제기되자 "이제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6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18일 총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강 교수는 여기자 성희롱과 여교수 성추행 의혹이 지난 3일 공개적으로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또 논문을 이중게재하는 등 논문표절 시비도 불거졌다.

이번 서울대 총장 선출은 사상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대학 민주화'를 이루는 데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 역시 총장 선출 과정의 변화를 반기며 투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지난달 10일 제27대 서울대 총장 예비후보 5명 중 이사회에 추천할 3명을 선정하기 위한 학생투표를 모바일로 진행했다.

학부생·대학원생·연구생 총 3만3천여명의 학생평가단 중 4천846명이 투표했다. 또 교수 336명, 교직원 47명, 서울사대부고·사대부중·사대부여중·사대부초 교원 4명으로 구성된 교직원 정책평가단도 현장 투표를 했다.

총추위는 정책평가단 투표 결과(75%)와 지난 3일 총추위 투표 결과(25%)를 합산해 강 교수 등 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당시 정책평가단 평가에서 강 교수는 3점 만점에 2.27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1.93점인 2위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처럼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총장 후보 선출 투표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강 교수가 자진 사퇴하면서 학생과 교수들은 실망을 넘어 당혹감까지 느끼는 모습이다.

서울대의 한 학생은 "우리 손으로 뽑은 총장 후보가 성희롱 전력으로 후보에서 사퇴한 것은 충격"이라며 "서울대 내부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 유권자들이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공개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교수와 학생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역사적으로 첫 학생 참여라는 의미 있는 선거였는데 결말이 이렇게 돼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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