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싱가포르 순방 일정…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 참석
靑관계자, '이재용 재판 안 끝났는데 괜찮나' 질문에 "왜 오면 안 되나"
"한화큐셀 방문 땐 김승연 회장 와서 사진찍어…과한 정치적 해석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싱가포르 순방 도중인 9일 삼성전자의 인도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삼성그룹과 관련한 일정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8일부터 5박6일간 진행되는 인도·싱가포르 순방 도중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공장은 삼성전자가 6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만드는 인도 최대의 핸드폰 공장"이라며 "지금 인도 내 핸드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이지만, 중국계 기업들과 시장점유율 1%를 두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현대차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대통령이 직접 충칭공장을 방문해 격려한 적도 있고, (중국에서) 배터리 문제가 어려울 때도 해결을 주도했다"며 "이런 흐름에서 이번 (순방에서도) 경제와 기업이 매우 큰 이슈"라고 전했다.

특히 "준공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참석 여부는 삼성전자에 확인해달라"면서도 "지금까지 대통령 경제 행사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삼성에서 (이 부회장의) 참석을 확정해 (현장에) 와서 안내하는 것에 대해서는 쿨하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별도로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끝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삼성그룹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는 "왜 오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전문경영인이 다 오기 때문에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얼마 전 한화큐셀에 갔을 때 김승연 회장이 갑자기 나타나 사진을 찍은 적도 있었다"며 "저희는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색안경을 쓰고 보는지 (모르겠다). 앞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를 만나 롯데 (사드보복)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당시 롯데에도 회장이 감옥에 있지 않았나"라며 "경제 문제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첫 삼성사업장 방문이 너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기업 현장방문이 몇 개나 있었는지 꼽아보라"면서 유독 삼성 방문만 미룬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상반기 경제 부문 성과가 크지 않아 하반기 경제에 주력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 상반기도 충분히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났을 때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문제 해결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인도 방문 때 회장과 만나는 자리가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양국 핵심 기업인들이 모인 한·인도 CEO 라운드 테이블에 마힌드라 회장도 참석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조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미팅이 예정돼 있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순방 세부 일정도 공개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인도에 도착하는 8일 세계 최대 힌두교 사원인 악사르담 사원 방문하고, 9일에는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 수슈마 스와라지 외교장관 접견, 양국 주요 재계인사가 참석하는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문 대통령은 10일에는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서 간디 추모공원에서 헌화할 예정이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한·인도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양국 경제계 대표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인도 CEO(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양국 정부 당국과 기관의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 교환식과 공동언론발표를 가질 예정이다.

10일 저녁에는 인도 국가원수인 나트 코빈드 대통령과 면담하고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11일 인도를 떠나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문 대통령은 12일에는 환영식 참석 후 할리마 야 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면담을 한다.

이어 리센룽 총리와 회담을 하고서 양국 정부 당국 및 기관 MOU 서명식에 참석하고 공동 언론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 정상을 위해 배양한 난초에 외국 정상의 이름을 붙이는 '난초 명명식'에도 참석하는데, 한국 대통령이 난초 명명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후에는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국빈 만찬에도 참석한다.

마지막 날인 13일은 오전에 싱가포르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강연을 하며, 동포들을 격려하기 위한 오찬간담회도 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문에 대해 "우리 경제도 지금의 틀을 벗어나 뭔가 새로운 터전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숙제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고,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두 나라는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파트너 국가들"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연결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아시아의 평화·번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남방정책은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키워드로 한 '3P'를 기반으로 접근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도는 여기에 더해 미래(Future)라는 의미도 있다. 인구가 계속 늘고 있으며 신 남방정책의 종착점이 될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한국의 IT산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특히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동행한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기업들이 개척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남방정책에서는 방산협력도 굉장히 중요한 축이다. 이번 인도방문에서도 방산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공개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인도와 (방산협력을) 논의한다고 하면 파키스탄, 중국 등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 (방산협력을) 하면 이란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 않으냐. 다 공개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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