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4.2㎞, 전체 길이는 28㎞…창작자·창작 이유 미궁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남부 오지의 고원에 그려진 키 4㎞가 넘는 거인의 윤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거인의 모습이 상공을 날던 헬기의 조종사에게 처음 발견된 지 26일로 20년이 됐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그렸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신비로 남아 있는 '마리 맨'[출처: 첫 발견자 '트레버 라이트']

26일 호주 ABC 방송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호주 유명 기업인인 딕 스미스는 이번 주 초 이 그림의 기원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천 호주달러(약 42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스미스는 "어떻게 20년 동안이나 비밀로 유지될 수 있을까"라며 이 형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역 이름을 따 '마리 맨'(Marree Man)으로 불리는 거인 형상은 남호주주(州) 주도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0㎞ 떨어진 사막지대에서 발견됐다.

키는 4.2㎞, 팔다리와 몸통, 머리 등 전체 윤곽은 길이만 28㎞에 이르며, 깊이는 35㎝로 파여 공중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은 거인의 모습이 왼손에 작은 사냥용 막대기를 든 원주민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서적을 낸 필 터너는 BBC 방송에 "창작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전문가임이 확실하다"며 이들이 GPS(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GPS 기술이 초창기였던 상황에서 특히 혼자서 한 작업이라면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이 거인의 형상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조종사 트레버 라이트는 우연히 목격했다고 했지만, 당시 지역 언론이나 단체 등에는 팩스로 마리 맨의 존재가 제보되기도 했다.

특히 팩스가 미국식 철자나 계측 단위가 쓰인 점을 볼 때 미국인 예술가들이 한 일로 추정됐다. 또 미국기와 오륜기를 보여주는 명판 또한 현장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다른 일부에서는 이들 단서가 교묘하게 오인하게 하고 있다며 지역 예술인 혹은 호주군인들이 한 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지 아라바나(Arabana) 원주민들은 거인 형상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는 때 신성모독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결국 지역의 상징물로 받아들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형상이 점점 희미해지자 지역민들은 2016년 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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