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中 노력 주목
미중 무역·남중국해 갈등 속 한반도 영향력 확보경쟁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서 주목할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라는 점이다.

우선 북미 최고지도자가 사상 처음 대좌한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체제 구축 논의 시동이 걸릴 시점에 김 위원장의 방중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중 갈등·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동북아 외교·안보·경제 지형에서 북한의 자리가 확장되어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북중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북미정상회담 내용과 향후 북한이 취할 조치, 향후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선뜻 빌려준 데 대한 사의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를 통해 북중 간 공고해진 관계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노동당 대표단이나 특사를 보내 북미정상회담 디브리핑을 할 수도 있으나,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중국을 찾음으로써 양국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을 한반도 급변 정세와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에 합의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북중관계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과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포괄적이며 심도 있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진행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칭하며 "안전담보 제공을 확언"했고,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비핵화-대북체제안전보장 논의도 개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공동성명을 실질적인 이행조치로 연결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북미 후속협상에 나서 속도감 있게 비핵화와 대북안전보장조치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북미 관계가 '적대'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확 바뀌고 있다.

실제 한미 양국 국방부는 19일 대북 안전보장의 첫 조치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나라를 완전하게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분명하게 했다"며 "그(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정전협정을 확실히 바꾸겠는 것을, 김 위원장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상응 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정전협정을 확실히 바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차후 종전선언→평화협정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작금의 이런 변화는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군사력 균형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군비 감축, 외국군 문제, 평화감시방안 등을 논의해 합의를 이뤄야 하고 이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탄력을 받으면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제기돼온 상황에서 중국은 어떻게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차후 평화체제 논의과정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이 직접 시 주석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차후 협상 등과 관련해 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 중국은 자연스럽게 북미 간 논의과정에 합류할 수 있어서다.

반면 미국 트럼프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불쾌할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중국 배후설을 부각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중 친밀 행보가 미국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사실 중국의 엄청난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최대한 압박을 가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쓸 목적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54조1천250억원)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중국도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말 그대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남중국해에서의 갈등은 미중 양국의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B-52 전략폭격기 2대가 4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상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인근에서 비행했다.

그러자 중국 관찰자망은 미국 뉴스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달 27일 북부 타이위안(太原) 위성발사센터에서 최신형 전략핵 미사일 둥펑-41을 시험 발사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처럼 미중 간 안보·경제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미중 양국이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끌어가려는 노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묶어두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중국 시진핑 정부의 의도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