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앞 50m 인도에 내외신 300여명 운집…열띤 취재경쟁
'철통 경호' 공언 싱가포르 당국, 보안요원 5천명 배치
납북자 송환 요구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들, 내외신 관심 끌기도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6·12 북미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면서 '평화와 고요'란 뜻의 이름을 지닌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낮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진행 중인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진입로 주변 인도에는 3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운집했다.

진입로 입구에서 50m 안으로는 접근이 안 되는 탓에 기자들은 그나마 시야가 확보되는 도로 건너편 좁은 인도에 발디딜 틈조차 없이 몰려 선 채로 취재경쟁을 벌였다.

촬영 각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도 심심찮게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 행렬이 오전 8시 13분과 30분께 차례로 호텔로 들어설 때는 영어와 아랍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언어로 10여개 매체가 동시에 생중계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철통경호'를 공언한 싱가포르 경찰은 취재열기가 과열될 것을 우려한 듯 수십m 길이의 굵은 로프를 이용해 프레스 라인을 설치하고 기자들이 도로로 내려오는 것을 막았다.

경찰은 본토와 센토사 섬을 잇는 다리에서부터 호텔 주변까지 1.5㎞에 달하는 구간 인도에 사람 키 높이의 가림판을 설치해 주변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센토사 섬 인근 상공에선 군용헬기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카펠라 호텔 진입로에선 방탄복과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관과 카키색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번 회담의 경비 등을 위해 보안요원 5천명을 배치했다.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장과 맞닿은 섬 뒤편 팔라완 해변에서 '산책 회담'을 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해적의 은신처였다는 전설이 있는 센토사 섬은 넓이 4.71㎢의 연륙도로 싱가포르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이 섬은 한때 '블라캉 마티'(죽음의 섬 또는 죽음 뒤의 섬)란 별명으로 불렸으며,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군 주둔지로 쓰였다.

1965년 독립한 싱가포르 정부는 2년 뒤 영국으로부터 센토사 섬을 돌려받아 관광지로 개발했고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수족관과 골프장, 고급 리조트, 유원지 등이 잇따라 세워져 세계적 휴양지로 부상했다.

섬 중앙에 있는 카펠라 호텔은 이번 회담이 있기 전에도 1880년대 지은 영국군 장교 숙소를 바탕으로 건설한 최고급 호텔로 유명했던 장소다.

옛 요새를 방불케 하는 입지조건을 지닌 이 호텔은 지대가 높고 주변에 수림이 우거져 외부에서 사실상 관측할 수가 없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북한과 미국 실무준비팀이 이 호텔을 선택한 것은 양국 정상의 경호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회담장 앞에는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타나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동식목사유해송환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최종표(66)씨는 "미북회담을 하는데 평화롭게 잘 해결돼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담아 남북관계가 평화로 갈 길이 열리길 바란다. (북한이) 납북자와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줘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길 원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싱가포르 한인회관에선 싱가포르와 호주, 일본 등지에서 온 한국 교민들이 몰려 앉아 북미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며 회담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기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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