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블루베리도 피해…이상저온에 충북 3천여농가 냉해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는데 힘없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 애가 탑니다. 30년째 사과 농사만 했는데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종식(61)씨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처럼 열매가 죄다 떨어져 볼품없이 앙상해진 사과나무들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만3천㎡ 규모의 그의 사과밭에는 이상저온으로 냉해를 입어 채 자라기도 전에 우수수 떨어진 사과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속절없이 떨어지는 사과를 지켜만 봐야 하는 김씨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했다.

김씨는 "사과나무에 40~50개 이상 열매가 달려야 정상인데 다 떨어져 10개도 안 남았다"며 "올해 사과 농사는 아예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그는 "우리 마을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 대부분이 냉해를 봤다"고 말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권헌중 연구관은 "지난 4월 전국적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서리가 내렸다"며 "이상저온으로 사과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낙과했다"고 말했다.

사과와 개화기가 비슷한 과수 역시 냉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충주시에 따르면 최저기온이 영하 1도 아래로 내려갔던 지난 4월 7일 이후 지난 3일까지 접수된 냉해 농작물 면적이 453.7㏊에 달했다.

복숭아가 236.2㏊로 가장 많았고 사과 159.9㏊, 옥수수 21.2㏊, 블루베리 14.6㏊, 배 11.2㏊, 기타 10.6㏊ 순이었다.

충북 11개 시·군에서는 3천183개 농가, 1천723㏊의 과수 재배지에서 냉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31일 충주 냉해 농가를 방문, 농민들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상저온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농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받는 데 필요한 재해보험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데 있다.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은 자연재해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저온 등 냉해에 대한 보상은 특약에 가입해야만 가능하다.

충북원예농협 전일동 상무는 "(이상저온 등으로 인한) 특약은 가입 비용이 많이 들어 농가에서 꺼린다"면서 "특약에 가입하더라도 보상받는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라 가입률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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