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 아냐…"처벌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김수진 기자 =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던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처벌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합니다."

지난 14일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주민으로부터 폭행당한 원희룡 예비후보는 다음날인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해자를 용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둘러싼 이날 토론회에서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주민 김경배 씨는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원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얼굴과 팔을 주먹으로 때린 뒤 흉기로 자신의 팔목을 그어 자해했다.

그러나 원 예비후보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씨는 처벌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형법상 폭행 혐의가 아니라 특별법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원 후보가 6·13 지방선거의 제주도지사 후보인 데다 폭행이 일어난 곳도 6·13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들이 참여한 토론장이었기 때문이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그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 후보의 의사와 별개로 김씨가 형사 처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찰은 현재 김씨가 공직선거법상 제82조 1항(언론기관 토론회), 제104조(연설회장에서의 소란행위 등의 금지),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제245조2항(투표소 등에서의 무기휴대죄) 등 4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예비) 후보자를 폭행·협박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대담·토론회장에서 위험한 물건을 던지거나 후보자를 폭행한 자는 주모자일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정당한 사유없이 무기·흉기·폭발물 등을 지니고 대담·토론회장에 들어갈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원 후보의 발언이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 고려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

김이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가) 검찰의 구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법원이 선고할 때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1)씨 역시 김 원내대표의 '선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형사 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눈물로 호소하는 김씨의 아버지에게 "선처 받고 잘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번 지방선거 후보가 아닌 만큼 김씨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상해·폭행·건조물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됐는데, 상해는 폭행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더구나 김씨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상융 변호사(전 평택경찰서장)는 "'내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면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본인의 반성이 중요하지 아버지가 선처를 부탁한 것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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