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칸의 제국 몽골'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아시아 내륙 초원과 오아시스 지역을 통합해 유목 제국으로 성장한 돌궐이 활동한 주 무대는 몽골이었다. 돌궐은 6∼8세기 중국 수(隋)와 당(唐)에 대항해 국가를 운영했다.

돌궐 사람들은 하늘을 숭배해 '카간'(몽골 지역을 통치한 황제)이나 귀족이 세상을 떠나면 제단을 만들고 비석을 세워 추모했다.

8세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쇼 차이담 빌게 카간(재위 716∼734) 제사유적에서는 2000∼2002년 몽골과 터키 공동 발굴조사로 금제품 78점, 은제품 1천878점, 보석 26점이 쏟아져 나왔다.

빌게 카간은 돌궐 제2제국 융성을 이끈 군주. 세움장식 5개가 붙은 화려한 금관, 정교한 은제 사슴상, 눈 결정을 닮은 금제 꽃모양 장식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는지 느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6일 개막하는 특별전 '칸의 제국 몽골'은 돌궐 금관을 비롯해 대륙을 호령한 몽골 유목민이 남긴 유물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몽골 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 복드 한 궁전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대성동 고분박물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송광사 성보박물관이 출품한 자료 550여 점이 나온다. 그중 530여 점이 몽골 유물이고, 16건 90점은 몽골 지정문화재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5일 간담회에서 "몽골 국보와 보물이 이처럼 한꺼번에 오는 전시는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한다"며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은 몽골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몽 공동 발굴조사 2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몽골에서 활약한 유목민족 역사와 문화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는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조명하는 '제국의 여명: 선사시대 몽골'로 시작한다. 산양 모양으로 조각한 칼자루 끝 장식, 사슴과 산양을 새긴 토기를 볼 수 있다.

고도가 높은 알타이 지역 무덤에서 나온 기원전 5세기∼기원전 3세기 겉옷과 모자, 바지도 인상적이다.

오세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무기가 같이 출토된 점으로 미뤄 의복 주인은 무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별전 백미인 제2부 주제는 '고대 유목제국: 흉노와 돌궐'. 몽골에서는 기원전 3세기께 흉노 제국이 등장해 진(秦)과 한(漢)에 버금가는 위세를 떨쳤고, 선비(鮮卑)와 유연(柔然)이 뒤를 이어 활동했다. 6세기부터는 돌궐, 위구르, 거란이 유목 제국으로 세력권을 형성했다.

흉노가 원거리 교역을 했고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했음을 보여주는 그리스 여신 은제 장식, 해와 달 모양 금제 목관 장식, 다양한 인물을 수놓은 직물이 눈길을 끈다. 돌궐 유물로는 빌게 카간 제사유적 출토품 외에도 빌게 카간 동생인 퀼 테긴 두상과 빌게 카간이 동생을 위해 세운 추모비 탁본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몽골 제국과 칭기즈 칸의 후예들'을 다룬다. 13∼14세기 태평양 연안에서 동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으나 쇠퇴하고,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정주 생활을 한 변천 과정을 살핀다.

몽골 고승 자나바자르(1635∼1723)가 만든 것으로 전하는 녹색타라보살좌상은 몽골 내부 사정으로 오지 않았으나, 10∼13세기 제작한 다양한 무기와 16세기 이후 불교 문화재, 1912년 울란바토르 시가지 지도가 출품됐다.

몽골 특별전을 맞아 박물관 열린마당에는 6월 3일까지 몽골 의식주 생활과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가옥 게르가 설치된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6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유아 3천원. 박물관·미술관 주간인 16일부터 20일까지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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