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한림대 연구진 "모유 수유 하면 아토피 위험 줄일 수 있어"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영아 장(腸)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특정 미생물이 적어지면 아토피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와 한림대 생명과학과 김봉수 교수·이민정(박사과정) 씨 연구팀은 14일 영아 장 내 미생물의 유전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특정 미생물 유전자 양이 감소하면 아토피 질환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토피 피부염은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 피부 질환으로, 국내 소아의 20% 정도에서 발생하고 일부는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발생 과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로, 마이크로바이옴이 개인의 면역 발달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정밀히 고려하지 않는 등의 요인으로 연구마다 결과가 상이한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 생후 6개월 영아 중 항생제를 투여한 적이 없는 영아들의 분변을 이용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건강한 영아 66명과 아토피 피부염 영아 63명 등이며, 이들을 다시 모유 수유 집단과 모유-분유 혼합 수유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가 적으면 아토피피부염 발달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유전자가 적다는 것은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특정 미생물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모유-분유 혼합 수유 집단 내의 아토피 피부염 영아들의 경우 장내 점막에 있는 뮤신이라는 당단백질을 분해하는 미생물 3종(Akkermansia muciniphila, Ruminococcus gnavus, Lachnospiraceae bacterium 2_1_58FAA)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아 장내 미생물은 뮤신 분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당을 섭취해 생장하는데 뮤신 분해 미생물이 감소하면 장내 미생물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영아의 면역 발달을 돕는 미생물도 적어지면서 아토피 질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 아토피 피부염이 모유 수유 집단에서도 발생하지만 빈도는 혼합 수유 집단보다 대체로 적다며 모유 수유가 장내 미생물 균형에 도움을 줘 아토피 질환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수종 교수 "현재 뮤신 분해 미생물을 투여할 경우 아토피 피부염 진행을 막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토피 피부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규명한 이 연구가 앞으로 미생물을 약으로 활용하는 파마바이오틱스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JACI, 4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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