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종수사결과 발표 "아내와 자주 다퉈"…유족 "수사자료 열람신청 예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3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부산 아파트 화재는 부동산 투자 등으로 아내와 자주 다툰 남편이 아내가 외출한 사이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남편 박모(46) 씨와 잠자던 어린 세 아들(13살·11살·8살)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박 씨 유족은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자료 열람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11일 동래구 수안동 H 아파트 화재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화재와 일가족 사망 원인을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 결과와 수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남편 박 씨가 아파트 투자 문제로 인한 부부 간 갈등과 직장 문제 등을 비관해 세 아들이 잠을 자는 사이 일회용 라이터로 빨래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박 씨 단독 범행으로 추정했다.

발화 지점은 일가족 4명이 숨진 안방의 출입문 부근으로 보이며 불에 탄 옷 외에는 별다른 발화 요인은 찾지 못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방화 동기와 관련해 박 씨가 아내와 함께 아파트 등에 투자한 뒤 부채 문제로 자주 다퉜고 빚을 상환하지 못해 괴로워한 점, 방화 며칠 전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긴 점 등이 조사 과정에서 나타났고 직장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화가 유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이 드러났지만 박 씨가 숨져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결과를 전해 들은 박 씨 유족은 수사 초기 제기된 의문이 여전해 유족으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결과 자료 등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다.

박 씨 유족은 경찰 발표대로라면 스스로 불을 낸 박 씨가 유독가스를 참으며 누워 있었고, 잠자던 아이 3명이 강한 열기에도 깨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재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동래소방서는 불이 났는데도 일가족 4명이 모두 침대와 방바닥에 반듯하게 누워 숨진 점 등을 이유로 일반적인 화재 패턴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29일 오전 5시 42분께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한 아파트 1층 안방 입구 거실에서 불이 나 안방, 거실, 부엌 등 66㎡를 태우고 소방서 추산 2천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이 난 아파트 안방에서 잠을 자던 박 씨와 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 아내는 전날 계 모임을 나간다며 집을 비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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