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장타율·삼진 늘고 보내기번트는 감소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KBO 심판들이 지난 8일 전국 5개구장에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일제 점검한 결과 선수 7명의 배트 7자루를 사용금지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용하는 배트가 부정배트는 아니지만 배트의 도료가 진해 '공인배트 규정'에 명시된 '나무의 결'의 잘 보이지 않은 탓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1997년 '부정 배트' 파문이 크게 일어 KBO 사무국 직원들이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해 도료에 따른 반발력 테스트까지 했으나 타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렇다면 현재의 '타고투저' 현상이 경기구에서 비롯된 것일까.

한국과 미국, 일본프로야구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똑같이 '0.4134∼0.4374'로 규정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사용하는 경기구는 최근 테스트에서 0.4198을 기록했다. 반발계수 규정의 중간치 이하다.

일본은 반발계수가 0.4134에 근접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홈런이 대폭 증가해 '탱탱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커미셔너 사무국은 경기구 반발계수가 정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구계에서는 '타고투저' 현상의 배경으로 경기구나 배트보다 타자들의 벌크업과 공격야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그 팀 홈런 1위를 달리는 SK 와이번스의 류선규 전력육성팀장은 "최근 KBO리그 팀들은 기술훈련보다 파워를 기르는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 트렌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중시하긴 했으나 장시간 기술훈련을 하고 나서 웨이트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이미 피곤해져 별 효과가 없었다"라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체력훈련을 먼저 하고 기술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훈련 시간을 줄여 휴식을 취하는 것도 벌크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도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쳤다.

총 192경기를 치른 10일까지 KBO리그 총 홈런은 432개로 경기당 평균 2.25개를 기록, 지난해 초반 190경기를 치른 기간 1.69개보다 많이 늘어났다.

타자들의 스윙이 커지다 보니 삼진도 경기당 15.3개로 지난해 14.2개보다 1개 이상 늘었다.

반면 올해 보내기번트는 경기당 0.66개로 지난해 0.78개보다 줄어들었다.

리그 평균 장타율은 올해 0.442로 지난해 0.399보다 대폭 상승해 '스몰볼'이 사라지고 '빅볼'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파울지역이 줄어들 것도 '타고투저'에 일조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사직구장과 SK 행복드림 구장은 파울지역에 팬 친화적인 관중석을 마련했고 잠실구장은 불펜을 만드는 등 과거에는 아웃될 타구가 파울로 처리되는 것도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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