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귀국 직전 폼페이오에게 "억류자 사면" 통보…오후 7시45분 풀려나
폼페이오, 北영공 벗어나자 트럼프에 보고…"긴 하루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여정은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있던 미국인 3명의 석방으로 정점을 찍었다.

평양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도 석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던 폼페이오 장관은 자국민을 무사히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들 미국인이 풀려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떠나기 1시간 전에야 이뤄졌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10일 AP통신에 따르면 북한에 붙잡혀있던 김동철·김학송·김상덕(토니 김)씨 등 미국인 3명은 석방된 지 1시간 만에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약 13시간 동안 평양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의제 등을 조율하고 억류자 석방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 뒤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인들 석방과 관련해 좋은 소식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가락을 꼬아 '행운의 사인'을 보냈다. 잠시 뒤 호텔로 찾은 북한 관계자들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김 위원장이 미국인 3명을 '사면'했다는 사실을 통지하고 이들이 오후 7시께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잘됐다"고 답했다.

사면 소식을 전한 북한 관계자들은 석방 전 법적 절차와 같은 '아주 간단한 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방이 "힘든 결정이었다"며 "그들(억류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부드러운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인 석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하고,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으로 특별사면을 해 송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칼 리쉬 미 국무부 영사국장과 미국인 의사가 억류자들이 머물고 있는 평양 외곽의 한 호텔로 가 이들을 공항으로 데리고 왔다.

길게는 31개월간 북한에 잡혀있었던 이들이 최종적으로 구금 장소를 벗어난 건 오후 7시 45분.

그로부터 약 1시간 후인 오후 8시 42분, 이들은 폼페이오 장관 일행과 함께 전용기에 몸을 싣고 드디어 미국으로 출발했다.

이들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이 지내온 것에 비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다들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비행기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영공을 벗어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인 3명이 풀려났고 모두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어 다른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 3명의 가족에게도 석방 사실을 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이를 전 세계에 공유했다.

그는 "모두가 만나길 고대했던 훌륭한 3명의 신사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북한으로부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소식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썼다.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가 중간 기착지인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 내리기도 전이었다.

이들은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2시)에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말 긴 하루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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