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창비에서 출간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가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으며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각계각층의 여성혐오 발언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주목이 2016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은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 “페미니즘적 대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 ‘개념 배우’로 회자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서점가에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의하면 여성학 분야 도서의 판매는 2010년에 비해 2.5배로 증가했으며 불과 보름밖에 지나지 않은 2월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 판매량이 작년 최고조에 이른 7월 월간 판매량을 이미 앞섰다고 한다. 지난주 사회과학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10위 중 5권이 페미니즘 도서이기도 했다.

이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신간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다. 2015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꼽히기도 한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이 책은 스웨덴에서는 전국의 모든 16세 고등학생에게 배부되어 성평등 교육의 교재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TED×Euston 강연(http://bit.ly/1DnUwUc)은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에 피처링되며 전세계적인 이목을 모았다.

명사들의 추천도 이어지며 SNS상에서 화제를 이끌고 있다.

한국 최초로 여성 대법관을 역임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내게도 이 책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무수한 일화들이 있다”며 “아디치에의 책이 한국의 현실에서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자유기고가 노정태는 “남성들 스스로를 위해서도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며 “중요한 부분은 숫제 외워버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남성들부터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진정으로 인권을 말하고 싶다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 양성평등에 주목도 상승…2030 페미니즘 베스트셀러 만들어

전문가들은 페미니즘 도서의 판매 상승은 젊은 세대의 성평등에 대한 요구에 따른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은 획기적으로 상승했지만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13년째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고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 미만에 불과하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15년 3월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사회에 막 진출하는 초년생들, 직장생활 경력을 쌓으며 유리천장을 맞닥뜨린 직장인들이 성평등 이슈에 관심을 쏟게 되는 이유다.

여성학 도서의 판매 통계를 보면 젊은 세대의 페미니즘 주목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인문사회 분야 MD 박태근 씨는 페미니즘 도서의 구매층에서 양성평등이 젊은 세대가 새롭게 요구하는 미래가치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과거 여성학/젠더 분야의 누적 구매자 연령대는 기타 사회과학 분야와 유사하게 40~50대가 60%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데 비해 지난해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에서 ‘2015년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작년 반(反)여성혐오 흐름을 주도한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구매자층은 20대가 가장 높은 38%, 30대가 32%이다.

신간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구매자층 역시 20대가 42%, 30대가 32%로, 20~30대가 새로운 페미니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이다…2016년 출판시장 페미니즘 열풍 지속 전망

세계적인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지난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산과 저성장 문제의 해법으로 페미니즘을 제시하며 “과거의 여성과 달리 지금 여성들은 일도 잘해야 하고 가정일도 잘해야 한다. 이런 부담을 지워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성역할을 넘어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출산율 상승과 경제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2016년에도 출판시장에서는 반여성혐오 이슈 도서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주요 서점은 상반기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외에도 주요한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연이어 줄을 서 있다고 밝혔다.

해외 저자의 책뿐 아니라 국내 저자가 한국의 현실을 다룬 책도 이어질 예정으로 서점가의 페미니즘 도서에 대한 관심은 페미니즘 이슈가 현실의 변화를 만들고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을 때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 정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김명남 옮김

‘오늘날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포린 폴리시’ 선정 ‘세계를 이끄는 사상가’이자 2015년 ‘타임’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꼽힌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온갖 오해를 단호하고도 위트 있게 반박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짓누르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여성혐오로 홍역을 앓는 중인 한국사회에 시기적절하게 도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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