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주점에서 훔친 신분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하고 신분증을 사들여 담배와 술을 사는 데 쓴 혐의로 고교생 등 1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문모(21)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장물취득 혐의로 고교생 등 9명을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문 씨 등 3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18일까지 부산 부산진구의 주점 4곳에서 현금이 든 지갑을 훔치고 피해자들의 면허증과 신분증 등 7매를 페이스북을 통해 장당 3만∼5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분증을 산 사람들이 모두 16세와 17세 고등학생 9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98 ㅁㅈ'(99년생 민증), '98 쯩' '99ㅁㅎ'(99년생 면허증)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 뒤 문 씨 등과 접촉해 성인 신분증을 사들였다.

고교생 1명은 인터넷에서 신분증 3장을 한꺼번에 산 뒤 학교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재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들은 "검거된 고교생들이 술과 담배를 사려고 주민등록증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페이스북에서 신분증이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해 검거했다"고 밝혔다.

최근 SNS를 통해 손쉽게 거래되는 신분증이 각종 범죄에도 이용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 경찰서는 지난달 인터넷으로 산 타인의 신분증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인터넷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A(26) 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A 씨는 중고물품 판매 사기로 88명을 속여 2천500만 원을 가로챈 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해당 신분증으로 항공기를 타고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부산 기장경찰서도 지난해 9월 SNS에서 산 신분증으로 중고거래 사기를 한 A(17) 군과 B(17) 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장당 3만 원에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10개를 산 뒤 대포폰을 개통해 인터넷 사기에 활용하며 66명에게 3천500만 원을 가로챘다.

A 군과 B 양은 해당 신분증으로 렌터카를 빌리고 원룸 2개를 임대받아 신혼부부처럼 생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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