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형 집유…"직무관련성 인식…수사관 직무 공정성·청렴성 훼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자신이 조사했던 마약 전과자가 출소한 이후 11년 동안 만나며 골프 접대와 고가의 갈비 세트 등 뇌물을 받았다가 파면에 이른 검찰 수사관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찰 수사관 이모(53)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천670만원, 추징금 1천332만원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마약 전과자 박모(57)씨에게는 벌금 1천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향후 마약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이씨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며 "이씨 역시 박씨의 경제적 이익 제공이 마약 수사관으로서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란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는 마약 수사관의 본분을 저버리고 재범 가능성이 큰 마약 전과자로부터 회원가 골프 예약을 양도받고 고가의 명절 선물을 받았다"며 "이는 검찰 수사관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받는 대부업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이씨는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대부업체에 자금을 제공했다"며 "무등록 대부업에 따른 수익을 공유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4년 검찰 마약 수사관으로 근무하며 박씨를 조사했고, 박씨가 출소한 같은 해 7월부터 2015년까지 11년 동안 해마다 1∼2회씩 접촉했다.

그는 박씨와 만남을 이어가던 2011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씨 소유의 골프회원권을 사용해 20여회 골프를 치며 1천200여만원의 이득을 봤고,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0만원 상당의 한우 갈비 세트도 6차례 받은 혐의가 있다.

이씨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인 지난해 3월 파면됐다.

그는 2011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친동생 이모(50)씨에게 41회에 걸쳐 대부자금 1억8천525만원을 제공하고 8천300만원을 원금보다 더 돌려받는 등 대부업법 위반을 방조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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