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실험…일반 마스크는 차단 성능 절반 이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봄날에 외출할 때는 일반용 마스크가 아닌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2∼5월 보건용 마스크 39개와 일반 마스크 11개 등 총 50개 마스크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차단 성능을 평가하는 '분진포집효율 시험'을 한 결과 보건용 마스크 'KF80' 등급은 평균 86.1%, 'KF94' 등급은 평균 95.7%, 'KF99' 등급은 평균 99.4%의 차단 성능을 보였다고 4일 밝혔다.

연구원은 실험 기계에 염화나트륨 용액에 압축공기를 쐬어 얼마나 많은 입자가 마스크를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실험했다. 염화나트륨 입자 100개 가운데 2개가 통과했다면 차단 성능이 98%란 뜻이 된다.

'KF'란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뒤에 붙은 숫자는 마스크의 입자 차단 성능 인증 기준이자 등급이다. 'KF80'은 80% 이상, 'KF94'는 94% 이상, 'KF99'는 99% 이상 미세먼지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차단 실험에 쓰이는 먼지는 'KF80' 등급의 경우 지름 평균 0.6㎛, 'KF94' 등급은 지름 평균 0.4㎛ 크기"라며 "일반 미세먼지 PM10(지름 10㎛ 이하)과 PM2.5(지름 2.5㎛)는 이보다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보건용 마스크는 실제로는 훨씬 높은 차단 성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는 분진포집효율 시험 결과 차단 비율이 평균 46%에 그쳤다. 공기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그대로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이날 보건용 마스크가 걸러낸 미세먼지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천 배 확대한 모니터 영상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주사전자현미경과 연결된 모니터 화면에는 마치 머리카락을 확대한 듯 얼기설기 삐쳐 있는 마스크 필터가 나타났다. 이 '머리카락' 곳곳에는 마치 비듬처럼 둥글게 생긴 미세먼지 입자가 달라붙었다.

화면에 나타난 한 눈금이 10㎛인데, 보이는 미세먼지는 어림잡아 보아도 눈금 하나의 4분의 1보다도 훨씬 작으니 지름 2.5㎛에 못 미치는 초미세먼지(PM2.5)로 볼 수 있다.

연구원은 "미세먼지는 특별한 형태가 없이 이처럼 불규칙한 모양을 띤다"며 "보건용 마스크는 필터가 4겹 또는 3겹으로 돼 있어 미세먼지를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성능이 좋은 보건용 마스크라도 비누로 빨고 다시 사용할 수는 없다. 연구원이 보건용 마스크를 비누로 손세탁한 뒤 다시 시험했더니 미세먼지 차단 능력이 22.8% 떨어졌다.

연구원은 "보건용 마스크는 개인이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꼭 'KF94' 등급이 아니더라도 'KF80' 등급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PM2.5까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원은 마스크를 쓰면 호흡할 때 얼마나 답답한지를 나타내는 '안면부 흡기저항' 실험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마스크를 쓰고 공기를 빨아들였을 때 얼마나 저항이 일어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KF80 등급은 6.2mmH20 이하 또는 60Pa 이하여야 한다. KF 등급이 올라갈수록 자연스레 안면부 흡기저항도 커져 마스크 착용자가 답답함을 더 느끼게 된다.

따라서 마스크를 선택할 때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성능뿐 아니라 착용 시 느끼는 답답함의 정도를 잘 따져야 한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KF80·KF94·KF99 등급 가운데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 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호흡기·심장 질환자는 숨 쉬는 데 더 불편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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